13일 오전 10시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앞 평화의 소녀상 앞, 올해로 102세인 김한수씨는 부인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자리에 섰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
김씨는 일본으로 강제 징용됐다 원폭 피해까지 입는 파란만장의 세월을 고스란히 맞으며 한 세기를 살았다.
1918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김 씨는 1944년 8월 나가사키에 있는 미쓰비시 조선소로 강제로 끌려가 배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곳에서 먹는 것부터 생활하는 것까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했다.
1945년 8월 9일에는 나가사키에 떨어진 미군의 원자폭탄으로 원폭 피해까지 당했다.
이후 6·25전쟁 당시 남한으로 피난 온 김 씨는 아내 박씨(88)를 만나 대전에 생활하다 2017년부터 서울 딸네집에서 살고 있다.
강제징용 소송 참여자 32명 중 한 명인 김 씨는 그날의 아픈 기억을 절대 잊지 못한다는 말을 전했다.
비록 기억은 가물가물 했지만 말 속에는 일본 정부를 향한 단호한 꾸짖음이 있었다.
김 씨는 “노동자상을 건립해줘서 감사하다”며 “일본 정부는 내가 하는 말을 똑똑히 기억하라. 항상 교만하고 야비한 불법으로 세상을 살아가지 말고 정의 앞에 굴복하는 인간이 되어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가 똘똘 뭉쳐서 외세의 침략없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며 “항상 일본 정부를 주시하고 있고, 어느 국가와 민족이든 서로 같은 인간이니 사랑하며 살아갈수 있는 국가와 민족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도 잊지 않았다.
평화나비 대전행동과 민주노총·한국노총 대전본부는 이날 오전 김씨처럼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 내 대전평화의소녀상 앞에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웠다.
강제징용노동자상은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2.3m 높이의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깡마른 몸인 노동자가 한 손에 곡갱이를 든 모습을 형상화했다.
바닥에는 돌과 묘비를 배치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억울한 죽음들과 고통의 흔적을 담았다.
노동자상 비문에는 ‘우리는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되어 혹독한 노역과 지옥같은 삶을 겪어야 했던 민족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겠습니다. 참혹했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 평화와 번영,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대전시민의 뜻을 모아 이 비를 세웁니다’라고 새겨져 있다.
한편 같은 시각 대전평화의소녀상 건너편에서는 대전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렸다.
반일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모임, 위안부와 노무동원노동자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모임, 한국근현대사연구회, 국사교과서문제연구소는 노무 동원 노동자상 설치 반대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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