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친구… 우호관계 계속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5일 03시 00분


[15일 74주년 광복절]
오사카서 反아베 집회 열려… “평범한 시민들 SNS 통해 모여”
도쿄에선 위안부 기림의 날 행사… 참가자 상당수 20, 30대 젊은 층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사죄하라! 사죄하라!”

14일 오후 5시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히비야(日比谷)공원 앞. 일본 시민 300여 명이 도로에서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이들은 약 1.5km 구간을 행진하며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 집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과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수요 집회 1400회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연대 집회 형식으로 열렸다. 이번 집회에서는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일본 전범 기업의 보상,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등 한일 간 이슈 전반을 해결하라는 구호가 함께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20, 30대 젊은층이었다. 대학생 이시다 린타로 씨(22)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마주해야 꼬였던 한일 관계가 풀린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집회에 앞서 열린 포럼에서도 젊은층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학창시절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던 이들은 올해 3월 위안부 피해자들을 취재해 온 작가 가와타 후미코(川田文子) 씨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돌아왔다. ‘강제연행’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대학생 니즈마 사쿠라 씨(24)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제시하며 “가족을 위해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어린 소녀들을 속인 것은 명백한 사기”라며 “‘강제연행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말은 완벽한 ‘페이크(거짓)’”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대학생 구마노 고에 씨(19)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다 사망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변의 인식이 너무 무섭다”며 “일본 정부의 사죄는 한 번 하고 끝나는 ‘점’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진실된 사죄라고 믿을 때까지 지속하는 ‘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일본 2대 도시 오사카의 번화가 난바(難波)에서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NO아베’ 집회가 열렸다.

광복절 당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일정을 하루 앞당겨 개최했다. 집회를 주도한 미우라 히데아키 씨(44)는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집회에 참가한 100여 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참가한 평범한 오사카 시민들로 4일 도쿄 신주쿠(新宿)에서 열렸던 첫 번째 ‘NO아베’ 집회를 보고 뜻을 같이했다”며 “한일 간 우호 관계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입헌민주당의 오쓰지 가나코(尾かな子) 의원은 “아베 총리의 잘못된 역사 인식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며 한국어로 “한국과 일본은 친구”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15년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준수할 것을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측에 요구했다고 교도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위안부 합의는 국제사회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을 서로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통신이 전했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 / 오사카=김민지 채널A 기자
#광복절#위안부 피해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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