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을 20세기의 거인으로 평가했지만 한국에서는 지역주의와 남북대립으로 인해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베르너 페니히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명예교수는 16일 광주 동구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국제홀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기념 학술행사 기조강연에서 ‘세계 지도자로서의 김대중: 시대를 앞서간 정치인’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페니히 명예교수는 김 전 대통령을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함께 현실적인 선지자이자 선견지명을 갖춘 현실주의자였다고 평가했다.
브란트 전 총리는 동방정책을 펼쳐 동서독 화해정책을 이끌면서 통일 독일의 토대를 쌓았고, 만델라 전 대통령은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 정책을 폐지시키고 화해협력정책을 펼친 세계적인 지도자다.
페니히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된 김대중을 만났을 때 그에게서 민주화운동가 출신 바츨라프 하벨 체코 초대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와 닮은 점을 보았다’고 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을 소개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이 아시아의 가치와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김대중보다 더 신뢰할 수 있게 입증할 인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북한과의 화해를 말로만 앞세웠지만, 김 전 대통령은 평화공존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페니히 명예교수에 이어 최영태 전남대 교수는 ‘사상가 김대중’을 주제로 “김대중의 삶은 한국 현대사 그 자체였다”며 “김대중은 해방 후 한국사회 앞에 놓인 Δ남북분단 극복과 평화 Δ민주주의 제도의 정착과 공고화 Δ경제발전과 복지국가 건설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발표했다.
최 교수는 “위대한 인물은 반드시 다수 대중의 지지를 전제로 한다”면서 “김대중의 정치여정에서 전국의 민주평화 세력과 호남인들의 지지는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 지역균형발전, 정의 편에서 뜻을 같이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김대중 리더십, 국가운영, 국가발전: 연합과 통합의 정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김대중은 정치연합을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 민주주의 발전, 외환위기 극복, 국민통합, 사회적 대타협, 남북화해를 추구해 상당 부분을 성취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은 정치연합이 거의 불가능한 승자독식의 헌법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시민의 의사가 비례적으로 반영되는 의회책임제와 반대통령제의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김대중 시대의 연합정치와 타협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명예특임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이 과거 제안한 Δ남북관계 3대 원칙 Δ3단계 통일방안 Δ4대국 보장론을 소개한 데 이어 박지원 국회의원과 ‘햇볕정책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토론했다.
이날 학술대회를 준비한 김대중 서거 10주기 광주행사위원회는 17일 오후 7시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김 전 대통령 헌정 음악회를 연다.
10주기인 18일에는 오후 3시3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추모식과 소설가 황석영씨의 특별강연이 계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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