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삶의 목표는 다르다. 강윤영 씨(40)는 즐겁고 재밌게 사는 게 최대 목표다. 즐겁게 사는 삶의 중심엔 운동이 있다. 강 씨는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몽골 고비사막에서 열린 250km마라톤을 6박7일간 완주하고 왔다.
“사막 250km를 달린다? 사실 엄두도 못했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면서 사막을 달리는 것은 어느 순간 로망이 됐다. 사막마라톤을 완주한 사람마다 ‘안 가보면 그 참맛을 모른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딱 한번만 달리려 했는데 막상 다녀오니 또 가고 싶다.”
강 씨는 고비사막에서 우연히 만난 달림이들과 어우러져 달린 덕분에 쉽게 250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이역만리에서 유지성 OSK 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대표(48)와 작가 오세진 씨(38)를 만나 함께 달렸단다. 유 대표는 국내 ‘사막마라톤의 선구자’로 5년 만에 고비사막을 달렸다. 사고로 망가진 몸을 운동을 통해 회복한 오 씨도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에 빠져 살다 사막까지 달리게 됐단다.
“과연 사막을 달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유 대표팀과 오 작가가 있었다. 의기투합해 함께 달렸다. 서로 페이스를 조절하며 응원하고 도우면서 달렸다. 밥도 같이 먹고 사진도 찍어주고 즐겁게 달리다보니 6박 7일이 금세 지나갔다. 정말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쉽게 완주했다. 20년 넘게 달려서인지 몸이 달리기에 맞춰져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사막과 산, 개울을 건넜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난 물집이 거의 잡히지 않았다.”
강 씨는 대학 시절 마라톤 완주하면 가산점을 준다는 교수의 제안에 달리기 시작해 20년 째 달리고 있다. 매년 각종 마라톤 대회를 40회 이상 달리고 있다. 주말은 마라톤대회와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1999년 5km를 처음 달렸다. 초중고 시절 운동회 때 달리기 선수로 활약한 적은 있지만 운동을 즐기진 않은 상태였다. 운동을 한 번도 안하고 달리다 혼났다. 마라톤을 전혀 모르고 전력질주하다 2km가서 지쳐 결국 걸어서 완주한 것이다. 그런데 나이 지긋한 분이 1등을 했다. 존경스러웠다. 그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뒤 운동에 날개를 달았다. 회사는 그를 더 즐겁게 했다.
“회사에선 회비를 지원해주는 각종 동호회가 많았다. 먼저 마라톤동호회에 가입했고 등산, 댄스 동호회에도 이름을 걸었다. 열심히 할수록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었고 회사 내에서 직원들을 많이 알게 돼 팀간 업무 소통을 잘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건강달리기 수준으로 달리던 그는 2003년 중앙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를 완주했다. 4시간50분. 그 때부터 인생이 달라졌다.
“풀코스를 완주한 뒤 해냈다는 기쁨이 컸다. 마라톤을 하면서 안 되던 게 됐다.”
5km→10km→21.0975km→42.195km. 처음엔 도저히 엄두도 못 냈는데 막상해보니 완주가 됐단다. 몸도 강해지고 계속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급기야 250km 사막마라톤까지 완주한 것이다. 마라톤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38분, 하프는 1시간34분이다.
“도전해서 다 성공하니 너무 재밌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주말에 비는 날이 있으면 어떤 대회에 참가할까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무언가에 미친 듯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자존감도 높아졌다. 달리기는 내 인생의 새 지평을 열어줬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2003년 한국체대 레저스포츠학과(야간)에 입학했다.
“내가 하는 일을 위해선 경영학과에 가야했지만 스포츠 쪽이 끌렸다. 대학 다니면서 유도 및 특공무술 유단자가 됐다. 2007년 동국대 교육대학원 체육교육 석사과정에 등록해 수료했다. 운동과 스포츠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강 씨는 지금까지 각종 마라톤대회 200회를 완주했다. 도쿄(2008년), 보스턴(2012년), 베를린(2016년), 시카고(2018년)를 이미 뛰었고 올 11월 뉴욕마라톤과 내년 4월 런던마라톤을 참가하면 ‘세계 6대 마라톤’을 모두 완주하게 된다. 그는 10km와 하프코스, 풀코스에서 상위권(6위 이내)에 수 십 차례 입상했다. 하지만 기록과 순위를 위해서 달리진 않는다.
“내 운동철학이 대회 때는 최대 전력의 70~80%만으로 달리자다.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너무 힘들게 뛰면 행복이 반감된다. 즐겁게 달리기는 게 최고의 목표다. 이렇게 즐겁게 달리다보면 가끔 순위권에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 순위권에 들 때는 강자들이 없을 때다.”
강 씨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마라톤대회에 출전했다 엉겁결에 여자부 6위를 했다.
“즐겁게 완주하고 돌아와 대회홈페이지에서 기록증을 출력하려고 하는데 내가 여자부 6위로 돼 있었다. 알고 보니 같은 날 다른 곳에서 상금을 많이 주는 대회가 있었는데 잘 뛰는 선수들이 그쪽으로 다 몰린 것이다. 6위 상금으로 1000달러를 받았다. 정말 운이 좋았다. 그 돈으로 아는 지인들과 파티도 하고 즐겁게 썼다.”
강 씨가 이렇게 운동에 빠져 사는 배경엔 부모님의 조기사망과도 연관이 있다.
“아버지는 내가 20세 때, 어머니는 28세 때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때 알았다. 우리 모두 미래를 보면서 살지만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 때부터 오늘에 집중하기로 했다. 운동도 많이 하고 여행도 다니고. 이렇게 다니다 보니 오히려 미래가 단단해졌다. 경험이 많아졌다. 각종 자격증도 따게 됐다.”
강 씨는 벨리댄스와 프리다이빙,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했다.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달림이들을 지도하는 코치로도 활약하고 있다. 강 씨는 각종 스포츠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여행 땐 꼭 스포츠대회 출전이나 스포츠 활동을 포함시키고 있다.
“솔직히 안 해본 운동이 없다. 겨울엔 스키와 스노보드, 여름엔 서핑과 프리다이빙을 한다. 언젠가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저렴하게 딸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땄는데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바다 속에 들어가면 완전 딴 세상이 펼쳐진다. 너무 아름답다. 요즘도 1년에 한 두 번은 프리다이빙 하러 필리핀 세부에 간다. 하와이, 괌, 사이판, 몰디브도 간다. 내가 가는 여행엔 언제나 스포츠 활동이 들어있다.”
강 씨는 조만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2017년부터 달리고 사이클도 타는 듀애슬론을 시작했다. 최근에 수영도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 수영이 부족해 철인3종 대회에 나가지 못하지만 조만간 꼭 ‘철인’이 되고 말 것이다.”
사이클을 타기 시작하면서는 집에서 회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경우도 많다. 대중교통으로 가나 자전거로 가나 시간이 비슷하게 걸린다. 확 터진 한강변을 달리면 기분도 좋다. 물론 운동도 된다. 최근엔 제주도 230km 일주도 하고 왔다.
강 씨는 평일엔 각종 동호회와 함께 훈련하고 주말엔 대회에 출전한다.
“내가 가입한 동회는 마라톤과 트레일러닝, 철인3종 3개다. 평일 2,3일은 이 동회에 나가 운동한다. 또 내가 운동을 좋아하니 여기저기서 ‘오늘 남산 달리자’ ‘오늘 한강 어때?’ ‘오늘은 사이클?’ 등 여기저기서 제안이 온다. 그럴 땐 맘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 운동하기도 한다.”
강 씨의 다음 목표는 칠레 아타카마사막마라톤. 사막은 딱 한 번만 달리려고 했는데 고비를 다녀온 뒤 극지마라톤 그랜드슬램(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 도전이란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내년을 목표로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고비사막마라톤 최고령 참가자가 71세였다. 나도 70~80세가 되서도 건강하게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강 씨는 고비사막마라톤을 함께 했던 유지성 대표, 오세진 작가와 아카타마를 갈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인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도 도전하고 싶어졌다. UTMB는 트레일러닝 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따려면 각종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해 점수를 따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에 못 이루는 것은 없다. 하나하나 즐겁게 하다보면 된다. 사막 그랜드슬램, UTMB, 그 다음엔 또 다른 목표가 생길 것이다. 작은 것이지만 평생 이렇게 도전하고 이루며 살고 싶다. 물론 목표 달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다.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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