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 뇌성마비 부부, 아이돌봄 신청…“1년 기다리다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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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5일 0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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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지연씨(가명·51·여)가 <뉴스1>과의 인터뷰 도중 아이들 교육을 위해 붙여놓은 교육용 알파벳 포스터를 쳐다보고 있다./뉴스1 © 뉴스1
지난 8일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지연씨(가명·51·여)가 <뉴스1>과의 인터뷰 도중 아이들 교육을 위해 붙여놓은 교육용 알파벳 포스터를 쳐다보고 있다./뉴스1 © 뉴스1
“책을 읽어주려고 해도 언어가 불편하니까 애가 지루해해요. 몸이 자유로워서 놀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장애인은 엄마가 가르쳐줄 수 있잖아요. 저는 장애가 있어서 안 돼요.”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8월 초,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지연씨(가명·51·여)를 그의 집에서 만났다. 기초생활수급자이기도 한 김씨는 같은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가진 남편과 두 명의 아이를 낳아 함께 살고 있다.

각각 3살과 8살난 아이를 키우는 김씨는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원에 가있는 오후 홀로 집에 남아 있었다. 다리에도 장애가 있는 그는 앉은 채로 문을 열어줬다. 인터뷰가 처음이라며 부끄러워하던 그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반짝였다.

한참 아이들 이야기를 하던 그는 아이돌봄서비스 이야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쉬었다. 김씨는 아이돌봄서비스가 절실해서 신청했지만 1년 동안 답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작년에 신청을 했어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고 1년을 기다리다가 포기했어요.”

해당 구청에 확인을 해본 결과, 돌봄서비스 대기자에 김씨의 이름으로 등록된 사람은 없었다. 김씨는 전화로 신청을 했다고 했으나 신청 자체가 되지 않은 것이다. 실제 아이돌봄서비스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김씨는 신청할 수 있는 방법조차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던 셈이다.

구청에도 찾아간 적이 있는 김씨지만 제대로 된 안내는 받지 못했다. 김씨는 “한 번은 동주민센터 가서 신청을 하려 했는데 은행에 가서 (국민행복)카드를 만들라고 했다”며 “그런데 은행에 가니까 주민센터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주민센터를 가니 그때서야 카드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중간에 담당자와 전화를 했을 때는 “당장은 사람이 없으니 돌봄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직접 데리고 오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돌봄서비스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도 되어있지 않았다. 돌봄서비스는 소득 수준에 따라 최소 15% 이상 자부담이 필요하지만,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라면 무상으로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는 상태였다. 애초에 담당 기관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김씨는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했지만, 만약 받게 된다고 해도 문제가 남아있다. 아이 두 명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받으려면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해도 한 달 평균 최소 1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는 매달 나라에서 받는 200만원 남짓의 돈으로 4가족이 살고 있다. 월세 65만원과 보증금 대출에 대한 이자 12만원을 내고 남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쪼개 4가족의 생활비로 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씨는 현재 자신에 대한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만 받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는 장애인 본인에 대한 지원 서비스이지만,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이들에게 아이들 돌봄까지 부탁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통해 양육에 도움을 받는 장애 부모는 김씨뿐이 아니다. 박지주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대표는 “현행 제도상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양육지원을 받는 것은 불법이지만, 많은 장애 부모들이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통계가 없어 현황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김기애씨가 원하는 것은 아이들 교육만이라도 제대로 받는 것이다. “애들 교육만이라도 잘해주고 싶어요. 큰애가 똑똑해요. 엄마 마음이 다 똑같죠. 돈 많이 드는 가정 교사 데려와서 더 잘 가르쳐보고 싶고. 그런 여건이 안되니까 미안해요. 큰 애한테 특히 미안해요.”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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