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54)가 아버지를 대신해 ‘광주 5월 영령’들에게 무릎꿇고 사죄한 데 대해 5월 단체는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2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아들을 보내 참배와 사죄의 마음을 표현한 것을 보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거기서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5월 피해자들을 만나서 사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참배에 대한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5·18 피해 당사자들에게 고백하고 진심어린 사죄와 함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 전 대통령 본인이 광주에서 했던 역할과 전두환 등에 대한 진심 어린 고백과 증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상임이사는 “그렇지 않고 아들을 보내 참배와 사죄의 마음을 표현한 것만으로 노 전 대통령이 진 죄를 사하기는 그 죄가 너무 무겁다”며 “본인이 힘들다면 자식을 보내서라도 해야 한다. 이는 건강이 좋지 않아도 생전에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씨의 경우 자신이 직접 와서 사죄를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단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는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재헌씨는 이날 5월 영령들에게 헌화와 참배를 했고, 윤상원·박관현 열사와 전재수 유공자 묘역을 찾아 오랜시간 무릎을 꿇고 아버지 대신 참회했고 추모관과 유영보관소, 구묘역 등도 1시간 50분 남짓 둘러봤다.
그는 참배에 앞서 방명록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고 적었다.
재헌씨는 5·18 당시 신군부 지도자의 직계가족 중 처음으로 5·18 묘역을 참배한 것으로 알렸다.
재헌씨 측에 따르면 현재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 전 대통령이 ‘5·18묘역에 다녀와야 한다’는 말을 여러차례 언급하면서 재헌씨가 묘역을 찾았다.
재헌씨 측은 “아들로서 노 전 대통령 대신 이곳을 찾아 아버지의 뜻을 전하고, 사진 등으로 이곳의 모습을 아버지에게 보여주려고 5·18묘역을 찾았다”고 전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11년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이 유언비어 때문에 발생했다고 기록해 당시 5·18 폄훼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오랜 투병생활과 고령으로 인해 자택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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