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올해 11월을 끝으로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한미동맹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곳곳에선 지속적으로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을 앞두고 있어 지소미아 종료로 주한미군의 위험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방위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주말인 25일(현지시간) “우리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한 것에 대해 깊이 실망하고 우려한다”며 “이것은 한국을 방어하는 것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미군 병력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미 국무부는 지난 22일 청와대의 협정 종료 발표 직후 논평을 통해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는데 이후 3일 만에 같은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왔다며 한미동맹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방부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실망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불편한 입장을 공개 피력하면서 한미동맹에도 영향이 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미측에서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도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후폭풍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완전한 돈 낭비”라고 평가절하하면서 향후 연합훈련의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한국의 안보 상황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임박해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정부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당장 정부는 다음달 중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을 앞두고 있는데 미국이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한미는 지난 3월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중 한국의 분담금을 전년 대비 8.2% 인상된 1조389억원에 합의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10차 SMA는 유효기간이 1년이다.
그러나 차기 SMA 협상에서 미국이 50억달러(약 6조370억원)를 제시할 것이라고 외교가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이미 최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 방한시 50억달러에 달하는 방위비 청구서를 우리 정부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지소미아 파기로 주한미군의 부담이 커져, 미군 전력을 확대하려면 비용이 든다’는 논리를 내세워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의 요청에 우리가 화답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우리가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위비 협상에서 우리의 요구를 미국이 그대로 수용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지소미아 복귀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의 또 하나의 전략은 지소미아 회복 조건으로 방위비 분담금 등의 협상에서 미국에 다른 것을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 견제에서 선봉에 있는 한일 관계에 금이 가게 돼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나 인도태평양전략의 전방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한국과의 동맹을 쉽게 약화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2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일본이 수출 심사 우대국(백색국가)에 한국을 다시 지정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불만이 예상보다 크자 일본 문제를 고리로 타협 가능성을 남겨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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