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석 대표 "정부가 안전기준 만들고 관리했어야"
피해자와 특조위 측 발언 질책 "정부 탓 하는 거냐"
"아쉬움 교훈으로 삼아야…단독 해결책 마련 어려워"
가습기살균체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옥시레킷벤키저(옥시RB) 대표가 정부 탓을 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현장에서 피해자·유족들과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의 질타를 받았다.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다국적기업인 옥시RB 본사 임직원이 이번 참사에 관여했는지 여부와 참사 이후 대응 과정의 문제점을 추궁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박동석 옥시RB 대표이사는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이 참사 피해 실태 등을 언급한 후 “이 시점에서 옥시는 도대체 피해대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자 “제 소회를 말씀드리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2016년에 회사가 책임을 인정한 이래 많은 피해자분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정말 있어서는 안될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어떻게 해서 발생하게 됐는지, 어떻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한번 살펴봤다”며 “처음 제품이 출시됐을 때 정부기관에서 보다 안전한 기준을 만들고 철저히 관리감독을 했다면 과연 오늘날과 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이사는 또 “늦게라도 정부기관이나 가습기살균제를 최초 개발해 원료물질공급에 책임이 있는 SK케미칼 등이 진정성 있게 공동배상을 위해 노력했다면 피해자가 겪는 아픔과 고통은 현저히 줄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이 발언 직후 위층에 있던 피해자와 유족 측 방청석에서는 “살인기업 주제에” “그건 피해자가 할 소리다!”는 외침이 들려왔다.
최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내놓은 것보다 훨신 전향적 대책을 내놓겠다는 말씀을 기대했더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지금 정부 탓 하느냐”며 박 대표이사를 질책했다.
이에 박 대표이사는 “아쉬움이 많은 사건인데 이런 아쉬움을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 부위원장은 “당연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제가 지금 묻는 것은 지금까지 옥시가 가지고 있던 피해대책이 충분하다고 보냐는 것”이라고 질문에 맞는 대답을 요구했고, 박 대표이사는 “충분하지 않은 것 잘 안다. 다수당사자에 의해 복잡하게 얽힌 문제인데 특조위 측에서도 정부에 책임이 있어 해결책 마련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된다고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이사는 “정부 측 책임은 오후에 청문계획이 있으니 특조위에게 맡기고 기업 차원의 전향적 대책을 밝혀달라”고 최 부위원장이 재차 요구하자 “이렇게 복잡한 문제에 대해 저희가 단독으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실상 답을 회피했다.
이날 오전 옥시RB와 LG생활건강 측에 대해 진행된 청문회는 지난 27일 청문회를 진행한 SK케미칼, 애경에 이어 진행된 두번째 기업 분야 청문회였다.
청문회는 이날 오후에는 정부 및 피해지원 분야를 다룬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이정섭 전 환경부 차관 등이 증인으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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