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교량 19개에 설치된 ‘SOS 생명의 전화(자살예방 상담 전화)’로 걸려온 시민의 전화를 받는 소설가 겸 상담사 이연철 씨(64)가 29일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2009년부터 ‘한국 생명의 전화’에서 상담 봉사활동을 해왔다. 극단적인 선택의 문턱에서 전화를 건 이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 자원봉사 SOS 전화 상담사는 29일 현재 25명뿐이다. 한국 생명의 전화에 등록된 서울 지역 일반 상담사 500여 명 가운데 1년 넘게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한 이들만 SOS 전화를 받을 수 있다.
SOS 전화 상담사들은 하루 3시간 반 정도인 봉사활동을 마치고 나면 귀가 새빨개진다. 한강 다리를 지나는 차량 경적 소리 사이에서도 전화기 속 목소리의 뉘앙스를 포착해내기 위해 수화기를 귀에 바짝 대기 때문이다. 이 씨는 “웃으며 전화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장난전화이지만 간혹 너무 괴롭고 허탈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다”며 “그걸 예민하게 분별하지 못하면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으니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고 말했다.
2011년 7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으로 SOS 전화가 생긴 이후 지난해 12월 말까지 접수된 상담은 총 7221건이다. 연령별로는 17~19세의 상담이 2017건(27.9%), 20대가 2331건(32.3%)이다. 청년 세대의 상담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개는 취업이 힘들고 부모와의 관계가 나쁘다고 호소하는 전화다. 방송 작가 일과 SOS 전화 상담을 겸하는 이윤미 씨(59·여)는 “나도 청년인 아들이 있는데 (20대의 전화를 받으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아무리 경력이 많은 SOS 전화 상담사라도 매일 ‘오늘은 또 어떤 전화가 걸려올까’라는 걱정은 피할 수 없다. 끔찍한 사연을 듣고 귀가하던 길에 전봇대 아래 구토를 했다는 상담사도 있다. 그래도 상담사들은 “베푼 것보다 얻은 게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미 씨는 “마지막을 결심하고 전화한 사람에게 ‘그래도 조금 더 살아보자’는 생각을 갖게 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버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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