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2시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제2회 인천퀴어축제 행사장에는 엇갈린 두 개의 외침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성소수자들의 행사인 퀴어축제를 지지하는 성소수자 및 시민들의 소리와 동성애 등 축제를 반대하는 단체와 참가들의 목소리다.
올해 퀴어축제에는 인천퀴어축제 조직위 소속 단체를 비롯해 전국퀴어문화축제연대, 7개 주한외국대사관 등 관계자 및 성소수자, 시민 2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도 지난해에 이어 퀴어축제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하고 성소수자들을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게이 자녀를 둔 지인씨(51·여·가명)와 트렌스젠더 자녀를 둔 지월씨(66·여·가명)도 행사에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지인씨는 “전세계적으로 퀴어축제는 퀴어(Queer) 프라이드(Pride)라고 불리면서 그야말로 축제의 날로 자리 잡아 있다”며 “편견에 사로잡혀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억압이 유독 심한 한국만이 시위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소수자가 자긍심을 갖고 세상 밖에 나와 함께 어울리며 표출하는 단 하루의 날이자, 성소수자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완화하는 유일한 자리이기에 퀴어행사는 계속돼야 한다”며 “지난해 인천에서 반대 단체의 활동이 두드러졌는데, 그렇기에 더욱 행사가 진행돼야 하고 성소수자 부모모임도 계속해서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축제에 참여한 레즈비언 A씨(17·여)는 “지난해 인천에서 반대 단체들의 저지로 퀴어행사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올해 처음으로 지지의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참여했다”며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단체도 지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간 퀴어 축제 옆 공터와 부평공원, 부평 문화의 거리에는 인천기독교총연합회, 전국학부모연대, 올바른 인권 세우기 운동본부 등 축제를 반대하는 단체가 집회를 열었다.
반대 단체는 당초 2500명가량 규모로 사전 집회 신고를 내고 이 자리에 참여했다. 이들은 집회 장소 외에도 퀴어축제 본행사 시작 1시간 전 역 출입구에 피켓과 확성기를 들고 모여들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집회 신고 단체에 소속돼 함께 자리한 소속원뿐 아니라 퀴어축제 개최 소식을 접하고 개인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시민들도 다수 참여했다.
장경환씨(38·계산장로교회)는 “퀴어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성소수자들은 여자와 남자의 본연의 역할을 저버린 사람들이기에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것이고 그들이 모인 행사는 당연히 열려서는 안된다”고 외쳤다.
이어 “동성애는 에이즈를 발생하게 하고 그 병을 치료하는 데 국가의 세금이 낭비된다”며 “성소수자들로 인해 경찰 인력이 투입되는 것도 낭비이기에 두 번 다시 이런 행사가 열리지 않도록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인천 지역에서 처음 열린 퀴어축제 행사는 반대 단체의 저지로 진통을 겪어야 했다. 올해도 반대 단체 소속원들이 축제 행사장 주변에 집회 신고를 내고 맞불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축제 현장에는 인천·경기·전북 등 전국 지방경찰청 소속 38개 기동중대 3000여명과 교통 경찰 160명이 투입됐다.
경찰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각 집회 주최 단체별로 사전 신고된 집회 장소를 분리하는 등 초동 대처를 실시하면서 큰 마찰 없이 양측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2회 퀴어축제는 오후 2시 본행사를 시작으로 오후 5시 부평역 쉼터광장~부평삼거리 3㎞ 거리행진(퍼레이드) 후 오후 8시 무렵 마무리될 예정이다. 반대 집회도 퀴어축제 거리 행진 시간에 맞춰 반대편 도로에서 행진을 진행한 뒤 집회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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