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개장한다더니… 첫삽도 못뜬 ‘대선제분 재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일 03시 00분


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 사업’ 표류
영등포역 인근 대선제분 공장에… 공연장 갖춘 문화공간 조성 계획
시행사 “8월 개장 약속한적 없다”… 市는 “시행사가 일정 제시” 공방
작년 착공했어도 완공 힘들어… “애초에 무리한 계획 발표” 비판

서울시가 1호 민간주도형 도시재생 사업으로 추진 중인 영등포구 대선제분 공장 전경.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와 협력해 공장 등 시설물을 보존하고 문화 관련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당초 개장 예정 시기였던 올 8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도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동아일보DB
서울시가 1호 민간주도형 도시재생 사업으로 추진 중인 영등포구 대선제분 공장 전경.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와 협력해 공장 등 시설물을 보존하고 문화 관련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당초 개장 예정 시기였던 올 8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도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다. 동아일보DB
지난달 말 찾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이곳의 정미공장과 창고 등을 보수하고 개조해 전시·공연장, 카페 등을 갖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밝혔다. 당시 밝힌 개장 시기는 2019년 8월이다. 하지만 공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이 공장은 1936년 밀가루공장으로 지어졌고 2013년 가동이 중단됐다. 시행사 아르고스 관계자는 “오래된 건축물을 헐지 않고 유지한 채 공사를 하려다 보니 안전성을 보장하는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착공돼도 개장은 내년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재생사업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새 정책이나 사업 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뒤 실제 시행은 차일피일 미루는 관행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대선제분 공장도 민관이 협업하는 재생사업이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했지만 현재 상황에 대해선 민간사업자와 서울시의 해명은 엇갈린다.

아르고스 측은 “서울시에 올 8월에 개장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착공과 준공 목표 시기에 대해 서울시에 약속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 관계자는 “준공 시기를 강요한 적은 전혀 없다. 공사 일정은 아르고스 측이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아르고스에 따르면 공사는 착공 후 약 11개월 소요된다. 지난해 11월 바로 착공했어도 올 8월 개장은 쉽지 않았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은 목표보다 훨씬 늦춰지는 상황이 관행처럼 굳어진 지 오래다. 공무원 A 씨는 “새 정책이나 사업 계획을 짤 때 현재 단체장 임기 내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최대한 빡빡하게 시행 목표를 잡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 단체장 임기 내에 사업을 마쳐야 주목을 받고 관련 예산도 타낼 수 있다. 사업을 기획하는 사람과 실제 추진하는 사람이 다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자체들은 통상 1, 2년마다 업무 담당자를 바꾸기 때문에 1년 이상 이어지는 사업에선 담당자가 교체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업을 추진한 담당자는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고 자리를 옮길 때가 많다. 후임자는 전임자가 세운 계획이라 상대적으로 덜 집중하게 되며 사업 진척은 더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애초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사업 내용을 일단 발표하고 보자는 식으로 공개하는 것”이라며 “사업 이행과 관련된 사항을 높은 수준으로 공개하고 공무원의 이행 여부를 점검해 상벌을 확실히 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대선제분 재생사업 선포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산업유산을 보전하며 문화의 가치를 덧입히는 이번 사업은 서울의 또 다른 도시재생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 도시재생’이라는 타이틀도 붙였다. 대선제분 재생사업은 공장 부지는 대선제분이 소유한 채 민간사업자인 아르고스가 시설을 개조한 뒤 운영한다. 서울시는 사업비 일부와 보행로 등 주변 인프라 정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서울시#대선제분#1호 민간주도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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