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들어 708명 일반고로 전학… 학생 유출 막으려 교명변경도 늘어
“구조조정-명문고 육성 서둘러야”
수도권의 한 특성화고 2학년이던 김지훈(가명·17) 군은 올 2학기부터 서울의 일반고를 다니고 있다. 취업에 유리할 것 같아 특성화고에 진학했지만 취업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걸 보고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다. 덩달아 학교의 면학 분위기도 흔들리는 것 같아 지난달 일반고 전학을 결정했다. 김 군은 “일반고에 뒤늦게 와서 적응이 쉽지 않지만 특성화고를 빨리 벗어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에서만 특성화고 학생 700여 명이 김 군처럼 일반고로 전학을 간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 특성화고 학생 708명이 일반고로 ‘진로변경전학’을 선택했다. ‘진로변경전학’은 소질과 적성이 맞지 않는 학생들이 다른 계열의 학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특성화고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일반고 전학을 결정한 학생은 2016년 700명을 넘어섰고 2017년에는 1000명에 육박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700명을 웃돌았다. 반면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옮겨 간 학생은 매년 140명 안팎에서 큰 변화가 없다.
특성화고 학생의 전학은 지속적인 취업률 하락의 영향이 크다. 5년 전 72.3%에 달했던 전국 특성화고 취업률은 지난해 65.1%까지 감소했다. 특히 서울 특성화고 취업률은 지난해 45.4%에서 올해 37.0%로 떨어졌다. 지난달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한 윤승아(가명·17) 양은 “특성화고 2학년에 재학 중이었지만 그동안 놓친 교과과정을 따라가기 어려워 일반고 1학년으로 전학했다”며 “취업도, 진학도 어려운 특성화고에 계속 남아있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가 특성화고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통계 서비스에 따르면 2014년 60만6063명에 달했던 고교 입학생은 지난해 45만7866명으로 14만8197명(24.4%)이 감소했다. 올해 서울지역 특성화고 70곳 중 절반이 넘는 38개교의 입학 정원이 미달됐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재 고교의 생존경쟁 체제에서 특성화고가 살아남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학교마다 학생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은 특성화고 8곳의 교명 변경 신청을 한꺼번에 승인했다. ‘상업’ ‘공업’ ‘산업’ 등 전통적인 단어 대신 ‘의료’ ‘문화예술’ ‘외식’ ‘소프트웨어’ 같은 단어가 학교명에 포함됐다. 내년 3월부터 서울 성북구의 고명경영고는 ‘고명외식고’를, 관악구의 광신정보산업고는 ‘광신방송예술고’를 새 교명으로 사용한다.
교명 변경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과거 정부 차원에서 특성화고 학생을 위한 취업장려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 특성화고의 장점은 거의 사라진 지 오래됐다”며 “교육청 차원에서 정원미달 특성화고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명문 특성화고 발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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