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 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진료받으러 오는 30~50대 직장인들 가운데 늘 피곤하다고 말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충분히 잠을 자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외출만 하면 온몸이 파김치가 된다”고 호소한다.
일부 환자는 큰 병에 걸린 것을 의심해 간기능 검사, 종합검진을 받아보고 싶어 한다. 선우 교수가 “십중팔구 정상일 것”이라고 거듭 설득해도 막무가내다.
큰돈을 들여 검사를 받아보면 역시나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진에서 경미한 위염 등 이상 증상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지만 환자들이 호소하는 피곤함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선우 교수는 “피곤함을 모두 간 기능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대개 만성 간질환을 앓는 사람은 종종 피곤한 증상을 느끼지만, 거꾸로 피곤한 사람 중에는 간 기능이 안 좋은 사람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피곤함이 몰려오는데도 몸 상태가 정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팍팍한 근무 형태와 건전하지 않은 생활습관, 우울하거나 불안한 심리 상태,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꼽힌다. 검사를 받기 전에 자신의 평소 생활습관을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일주일에 2회 이상 새벽까지 술을 마시거나 하루에 한 갑씩 담배를 피우고 있는지, 불필요한 직장·가족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하루 일과 자체가 피곤함의 연속이고, 누적된 흡연량과 음주량,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지쳐버린다.
남성들은 보통 30대 초반까지, 여성들은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최상의 건강을 유지한다. 이때는 잦은 음주와 흡연, 불규칙한수면 등 나쁜 생활습관을 가져도 별다른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고 나이가 들면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다.
선우 교수는 “육체적인 업무 강도가 낮더라도 스트레스가 많고 늘 걱정거리가 있으면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며 “특별한 신체증상이 없고, 의사의 간단한 진찰이나 검사에 이상 소견이 없으면 잘못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에 의한 만성피로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만성피로를 없애는 방법은 간단하다. 당장 담배를 끊고, 술은 일주일에 1회 이상 마시지 않는다. 늦어도 오후 11시에는 잠자리에 든다. 매일 약간의 땀을 흘릴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것도 피로감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아파트를 한 바퀴 뛰는 것도 좋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윗몸일으키기를 해도 좋다. 시간 없다는 핑계 대신 현실에서 가능한 운동을 골라서 해보도록 노력한다.
선우 교수는 “불필요한 걱정과 스트레스는 업무능률을 떨어뜨리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무엇보다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에 일어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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