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져 며느리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한 남편을 살해한 70대 아내가 2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77·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1월8일 오전 9시쯤 경기 부천의 자신의 주택에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남편 A씨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결혼 초기부터 도박에 빠진 A씨가 도박자금으로 쓸 돈을 달라고 하면서 자신을 수시로 폭행하고 가출을 하는 등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중순 A씨가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어 도박자금을 빌려달라고 한 사실을 알게 되자 남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사건 전날 오후 김씨는 자신이 처방받은 약봉지에서 수면제 성분이 담긴 알약 여러 개 골라내 A씨가 먹을 미역국에 넣었다. 이후 행동장애가 있는 딸 유모씨(45·여)에게 “네 아버지를 죽이려고 미역국에 수면제를 탔으니 아버지에게 드려라”고 말했다.
유씨 또한 수시로 가정폭력을 행사하던 A씨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다. 유씨는 “나도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어머니의 제안을 승낙한 뒤 살해 범행을 도운 것으로 확인됐다.
1심은 아내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김씨가 주장한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딸 유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김씨는 이러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남편을 살해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기 어렵다”면서도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같이 김씨가 50여년간 A씨의 도벽과 폭행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해왔고, 적개심이 순간적으로 폭발해 일시적으로 현실검증력을 잃게 돼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또 김씨가 앓는 치매증상도 범행 발생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자녀들이 가정사를 증언하며 김씨에 대한 선처를 간곡히 요청하는 점도 참작했다.
특히 김씨가 범행을 반성하는 점이 고려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남편이 명대로 살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제 속은 후련하다’고 말한 점을 등을 들어 범행을 뉘우치지 않는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김씨는 당심에 이르러 여러 차례 자필 반성문을 써내며 비로소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중대성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진지한 반성과 회한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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