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기자회견 지켜본 시민들 “모르쇠 일관 실망” “침착 대응”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2일 16시 29분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시청하고 있다. © 뉴스1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시청하고 있다. © 뉴스1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시간 넘는 장시간의 기자간담회를 이어가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시선은 곱지 않았다.

조 후보자는 2일 오후 3시30분부터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조 후보자는 특히 논란이 됐던 딸의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인턴십·논문 제1저자와 관련해 가족 누구도 장영표 단국대 교수에게 연락한 적 없다”며 “장 교수의 자녀 역시 모른다”고 해명했다. 또 “자녀가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은 의아하다”면서도 “당시에는 판단기준이 느슨했고, 또 딸아이가 논문 영어번역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TV를 통해 조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조 후보자의 해명에 납득할 수 없다며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혀를 차거나, 욕설하며 지나가기도 했다.

유명호씨(43)는 “전부 모르쇠로 일관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과 조 후보자가 어떻게든 법무부 장관을 하려고 무리하는 것 같다”며 “이쯤 되면 조 후보자의 가족이 불쌍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김모씨(30)는 “가족 의혹에 대해 전부 모른다, 아는 게 없다고만 하는데 해명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내용을 알 만한 (조 후보자의) 가족을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세워야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송모씨(31)도 “제1저자 논란에 대해 당시 연구윤리 기준이 느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교수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재호씨(28) 역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명쾌한 해명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영어 번역으로 병리학 논문 제1저자가 될 수 있는 거라면 번역가들도 제1저자가 될 수 있는 거냐”고 되물었다.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도 대체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50대 남성 윤모씨는 “가장 핵심이 되는 논란이 딸 문제, 펀드 문제, 웅동학원 등 3가지였다. 그런데 이 3가지를 ‘모른다’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지적했다.

40대 여성 오모씨도 “임명강행으로 가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통보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제대로 된 의혹 해소가 되기 어려워 보였다. 이대로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일부 시민도 있었다. 박모씨(34)는 “역대 공직자들을 보면 이보다 더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해명없이 ‘임명 강행’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면서 “스스로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자처하고 의혹 해소에 나섰다는 자체는 좋게 봐야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모씨(30)도 “무차별 ‘물어뜯기’가 계속된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장관을 할만한 ‘인물’은 누가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조 후보자 스스로도 내상이 작지 않을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앞서 2~3일로 예정됐던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되자,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며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시민들은 “장관 임명에 앞서 의혹 해명 기회는 필요하다”면서도 조 후보자의 간담회 개최에 대해 “국회를 무시한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김서원씨(32)는 “의혹이 많이 제기됐으니 해명할 기회가 필요한데 청문회를 아직도 못했으니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그런데 해명이 된 게 없어 사태만 악화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윤모씨(24)는 “청문회를 통해 장관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는 게 국회의 역할 아니냐”며 “결국 싸우다가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여당도 야당도 잘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봤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강모씨(44)는 “갑작스럽게 간담회가 잡혔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기자들의 준비가 너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달 가까이 끌어온 이슈였다. 같은 질문만 반복하거나 이미 나온 기사를 묻는 데 당연히 준비가 돼 있지 않겠나”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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