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규제 두달, 주문 줄고 납기 차질… 피마르는 中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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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어디로 번질지 몰라… 납품 못지킬까봐 아예 입찰 포기
中업체는 “거래처 교체” 압박… 업계 일부 피해 현실로 나타나
“사태 오래가면 못버텨” 한숨

올해 7월 초 시작된 일본 수출규제 사태가 만 2개월을 넘기면서 중소기업계 일부에서는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과의 거래에 시간과 절차가 더 들면서 납기 맞추기가 힘들어지고 일본 기업들의 주문도 줄고 있어 고통받고 있다.

일본산 기계를 수입하는 중소기업 A사는 최근 한 공공기관이 발주한 적외선 장비 입찰에 참여하는 걸 포기했다. 발주처에서 일본 수출규제 이전엔 요구하지 않던 여러 서류를 입찰 조건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안정적인 공급을 약속하는 일본 기업의 확인서 등이다. A사 대표는 “일본 정부가 수출을 완전히 막은 건 아니지만 만에 하나 수출이 막혀 납품을 제때 못 하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아야 한다”며 “수억 원의 매출을 올릴 기회였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처와 약속한 납기를 못 맞추는 곳도 생기고 있다. 디스플레이 소재 제조업체인 B사는 중국 거래처와 약속한 납기가 지났는데도 아직 샘플조차 만들지 못했다. 샘플 제조에 필요한 일본산 원재료를 수입하던 국내 업체가 일본 수출규제 이후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며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B사는 대체품을 찾기는 했지만 일본산보다 품질이 낮은 게 문제다. B사 대표는 “중국 거래처에 이런 사정을 얘기했지만 ‘그건 너희 사정’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일본 수출규제 중소기업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3일 기준 총 47건이다. 중소기업들은 이보다 ‘보이지 않는 피해’가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들은 사정이 어렵다는 게 외부로 알려지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보니 아예 신고 자체를 꺼리는 곳도 많다. B사도 이런 사정을 중기부에 알리지 않았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업계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C사는 납기를 2개월째 맞추지 못하고 있다. 중견 국내 반도체 기업에 생산을 위탁하고 있었는데 일본의 수출규제로 미리 생산 물량을 확보하려는 반도체 설계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위탁 생산 규모가 작은 C사의 물량 생산이 뒤로 연기된 탓이다. C사 대표는 “해외 기업에 납품을 해야 하는데 이런 사태가 지속되면 우리 회사는 물론이고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금속 부품, 금형 등 전통적인 제조 업종에서는 주문량 감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산 수입을 막는 건 아니지만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한국산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거래처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한국 주문량을 줄이면서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며 “당장 다른 수출 국가를 뚫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국내 산업의 대일(對日)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인 점은 분명하지만 중소기업들이 국산화에 성공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7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6곳(59%)은 일본 수출규제를 버틸 수 있는 최대 기간으로 6개월을 꼽았다. 이미 상당수 중소기업이 생존 체력의 3분의 1을 소진한 셈이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더 이상 기업들의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외교적인 해결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윤경 기자

#일본 수출규제#중소기업 피해#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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