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지난달 실시한 ‘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검증연습을 하며 유엔군사령부의 권한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지난 달 11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연합지휘소 훈련을 통해 한국군의 전작권 행사 능력을 평가하는 최초 작전운용능력(IOC)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사령관 역할을,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이 부사령관 역할을 맡아 미래 연합군사령부의 체계를 시험했다고 국방부는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유엔사령부를 통해 작전 지시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을 훈련 과정에서 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기 때문에 작전에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국지적 도발 등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 발발하더라도 정전협정의 틀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전협정 틀 안에서 유엔사 교전수칙 등이 한국군에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전쟁이 발발하면 정전협정이 파기된 것으로 간주하고 전환받은 작전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는게 맞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만일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미래 한미 연합사령관인 한국군 대장과 유엔사 사령관의 지휘 관계가 불명확해질 상황에 놓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연합군의 지휘구조를 둘러싼 이견에 결국 박한기 합동참모의장이 중재에 나섰고, 결국 본게임이 아닌 사전 훈련 일부를 유엔군사령관의 지휘 아래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전작권 전환에 따라 미래연합사가 들어서더라도 미국이 유엔사를 통해 사실상 한국군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판단된다. 한반도를 정전체제의 틀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군 일각에선 미군이 전작권 전환 이후 자신들의 전력 지휘권을 한국측에 넘기기 꺼려하는 기류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라 유엔사를 둘러싼 한미 간 갈등안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달 말 전작권 전환을 염두에 둔 듯 ‘미군기지 조기반환론’을 내세웠는데 전작권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표출되면서 전작권 전환이 제 때에 추진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한미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문제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 전작권 전환을 서두른다고 해도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국방부는 이에 대해 ‘연합 지휘소 훈련’은 한미가 합의한 대로 성과있게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유엔사는 한미연합사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으며, 정전협정에 제시된 정전사무이행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원론적인 우리 군의 입장일 뿐 미측에서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 사령관의 자격을 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에 대한 국방부의 설명은 없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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