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들려주는 동구 이야기’…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동구’ 강의
‘캐리커처 그리기’ 강좌-교육연극 등 11월까지 다양한 문화행사 열려
2일 오후 4시 인천 동구 미림극장 2층 복도 중간의 열린 무대에서 동구 배경의 문학, 예술작품을 소재로 한 ‘작가들이 들려주는 동구 이야기’가 펼쳐졌다. 영화감독, 사진작가, 소설가, 시인, 화가 등 문화예술인 5명이 동구와 얽힌 자신들의 경험과 창작 과정을 강의 형식으로 들려주는 대담 프로그램의 첫 시간이었다. 동구 화도진문화원이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9월 한 달간 매주 월요일 미림극장에서 이어진다.
첫 강사는 4년째 경인전철 동인천역 주변의 극장들을 소재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는 윤기형 감독(51). 그는 동구 송현동에서 30년가량 살면서 자주 다녔던 영화관을 중심으로 동인천역 일대에 몰려 있던 19개 영화관의 변천사를 추적하고 있다. 이 기록물을 ‘보는 것을 사랑한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완성해 각종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윤 감독은 강연에서 “어릴 적 그토록 많은 영화관을 다녔는데 한국 최초의 극장인 협률사(현 애관극장)가 인천에 있었다는 사실을 몇 년 전 처음 알게 됐다”며 “여러 극장에 다시 가보고, 극장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천역사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서민 삶의 애환이 서린 옛 극장들이 대형 복합문화극장에 밀려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에 남은 옛 극장은 120년 전통의 애관극장과 미림극장 2곳에 불과하다.
윤 감독은 강의 말미에 “극장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20여 명 중 60대로 보이는 수강생이 “옛날에 고민이 있으면 영화보다는 어두운 곳에 홀로 있고 싶어 극장에 갔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미림극장은 미국 서부영화와 같은 활극을 많이 상영했는데, 관람객이 꽉 찼다”고 회상했다. 강사와 수강생은 문화원 측이 제공한 꽈배기와 음료를 간식 삼아 2시간 넘게 정겨운 대담을 나눴다.
9일에는 10년 넘게 인천의 모습을 담은 사진 작품들을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한 김성환 사진작가가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동구’ 강의를 한다. 이어 인천 배경의 소설을 쓰고 있는 양진채 소설가, 동구 지역을 시로 보여주는 이설야 시인, 인천 골목 곳곳을 그리고 있는 고제민 화가가 강사로 나선다.
화도진문화원은 이와 별도로 10회 과정의 예술가 무료 강좌를 마련한다. 17, 19일부터 교육연극을 국내에 처음 보급한 박은희 전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의 ‘교육연극’과 유사랑 화백의 ‘캐리커처 그리기’ 강좌가 매주 화, 목요일 이어진다. 수강 신청을 수시로 받고 있다.
문화원은 올 초부터 근대건축물과 산업유산이 몰려 있는 동구의 뿌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5월에 동구 역사를 글과 사진으로 엮은 총 3권의 ‘동구사’와 ‘간추린 동구사’를 발간했다. 이 책에는 조선시대 해안군사시설인 화도진, 구한말 개항기 때 세워진 여성 신교육기관의 효시인 영화여학당, 3·1운동 인천 발원지인 인천공립보통학교(현 창영초등학교), 동구 출신 독립운동가, 화수부두와 만석부두의 성쇠 역사를 정리했다.
또 3∼6월엔 ‘삶과 노동’을 주제로 10회에 걸친 역사문화강좌와 동구 골목을 두 차례 도보로 탐사한 ‘구비구비 동구 스토리’ 무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1월 9일 중고서점이 몰려 있는 배다리 지역에서 문학 작가들과 함께하는 ‘헌(獻) 책 축제’를 열 예정이다. 배다리 서점, 공방, 카페 등을 돌아보며 스탬프를 찍어 오는 시민들에게 작가들이 서명한 책을 무료로 나눠주고 지명한 서적을 중고서점에서 빨리 찾아오는 게임 등의 독특한 ‘문학놀이’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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