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기초학력 미달 대책… 학교별로 진단도구 선택해 3월 실시
읽기 등 평가결과 학부모에 통지… 교육청 보고의무는 없어 실효 논란
내년부터 서울의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은 모두 학기 초에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받는다.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년 전수조사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기초학력 미달학생 문제가 심각하다고 교육당국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학교의 진단결과를 교육청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5일 발표한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관내 초3, 중1 학생은 3월에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치른다. 초등학생은 이른바 ‘3R’라 불리는 읽기·쓰기·셈하기 능력, 중학생은 3R에 더해 국영수 교과학습능력을 평가받는다. 각 학교는 3월 중 적당한 날을 골라 평가를 진행하고, 결과는 보호자에게 통지한다.
이 평가에 쓰이는 진단도구는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에 있는 도구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개발한 도구 등에서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학교별로 자체 개발한 진단도구를 활용해도 문제가 없다. 다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명확하게 걸러낼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조직을 신설해 관리하겠다는 게 교육청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교육청은 초등학교 2학년을 ‘집중학년제’ 대상으로 삼아 3R 교육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학교에선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까지 ‘우리말 기본 문장을 이해하고, 영어로 된 짧은 문장을 읽으며, 분수를 계산할 수 있는 수준’의 기본 학력은 갖출 수 있도록 교사와 상담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다중지원팀’을 구성해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학교별로 진단평가를 실시하더라도 그 결과는 교육청에 보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교육당국이 관내 학교별 기초학력 미달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되는 셈이다.
‘일제고사’ 비판을 피해 6가지 이상의 다양한 진단도구를 제시한 뒤 학교별로 선택하라고 한 점도 논란거리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초학력 미달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처방을 하기 위해선 표준화된 시험이 필요하다”며 “교육당국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려면 공통된 시험을 토대로 각 학교의 진단결과를 취합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현재 한국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일부표집 방식으로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수학은 중학생 11.1%와 고교생 10.4%, 영어는 중학생 5.3%와 고교생 6.2%가 기초학력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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