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가 내일 대법원 판결을 받는다. 대법원이 1, 2심에서 엇갈렸던 안 지사와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놓고 누구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8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오는 9일 오전 10시10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 선고기일을 연다.
앞서 1, 2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인정 여부에 따라 안 전 지사를 무죄와 실형이라는 양극단의 길에 서게 했다. 1심은 무죄였고, 2심은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은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피해자 김지은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성관계에 있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위력 행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고학력에 성년을 훨씬 지나고 사회 경험도 상당한 사람”이라며 “김씨가 경제적, 직장 내에서의 고용 안정 등의 면에서 취약했다고 봐도 안 전 지사가 김씨를 길들이거나 압박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사건상황과 행위내용,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호행동, 당시 피해자가 느낀 감정에 대해 말한 부분이 구체적”이라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이 어려운 세부적인 내용도 상세하게 묘사해 진술 내용에 비합리나 모순이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사소하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단정했던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게 바뀌는 부분이 있어도 신빙성에 대해 이유 없이 배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범행 당시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판단도 바뀌었다. 안 전 지사에게 업무상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구체적인 행동이 없더라도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점 등 무형적 위력의 존재만으로도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2심 결론이다.
한편 안 전 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성인지 감수성은 사회에서 불거지는 여러 문제에 대해 성차별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민감성을 가리키는 의미로 통용된다. 성별이 다른 데서 비롯되는 상황에 대한 이해도 차이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서로 다른 결론을 낸 1, 2심 판결 역시 이를 언급했다. 1심은 “이 사건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정의했고, 2심은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수행비서 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4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5차례에 걸쳐 김씨를 강제추행하고 1회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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