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내부 vs 사막, 어디가 더 건조할까?[떴다떴다 변비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2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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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내부가 사막보다 건조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사막의 평균 습도는 약 15~30% 정도라고 합니다. 반면 항공기는 습도가 10~20%정도로 낮게 유지됩니다. 고도가 높아지면 습도는 일반적으로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항공기는 객실 내 공기를 순환시키면서 움직입니다. 차가운 바깥 온도와 따뜻한 내부의 온도차이로 비행기 창에 성에가 낄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창문에는 일종의 숨구멍이 있습니다. 그곳을 통해 공기가 미세하게 순환을 해야 성에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객실 내 외부 공기를 섞어가면서 순환 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내부는 점점 건조해진다고 합니다.


또 항공기엔 공기 순환 시스템이 있습니다. 복잡한 과정을 통해 기내 공기를 순환 시키는 겁니다. 찬 공기 더운 공기를 섞고, 물로 만들었다가 다시 공기를 만들고, 엔진열을 이용해 공기를 데워 기내로 다시 내 뿜고… 말만 들어도 벌써 건조하죠.

이렇다 보니 피부가 민감하신 분들은 기내에서 건조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부건조 뿐 아니라 호흡기, 안구 건조 등의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항공기에서 한 숨 자고 일어났는데 목과 코가 건조해져서 가벼운 감기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경우를 경험해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특히 승무원들은 장기간 건조한 환경에 오래 노출돼 있다보니 피부 트러블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승무원들은 각자만의 피부 관리 및 건강관리 노하우가 하나쯤은 있다고 하네요. 일반적으로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고 본인 피부에 맞는 메이크업 방법을 개발해 건조함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죠. 내 피부는 소중하니까요.


일이 끝난 뒤에도 숙소에서 팩을 하는 등 보습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합니다. 해외 물이 맞지 않아 연수기를 가지고 다니시는 분도 있다고 하네요. 일하는 중간 중간 미스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수분 섭취를 위해 물을 자주 마신다고 하는 승무원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코에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렌즈 착용자의 경우엔 안경을 대신 쓴다거나, 안구에 안약을 넣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기내에서 마스크 팩을 하시는 승객들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엔 휴대용 가습기(USB 가습기)를 소지하는 고객들도 있습니다. 물컵이나 작은 생수통에 휴대용 가습기를 설치만 하면 비행하는 동안 얼굴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참고로 비행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외선도 장시간 노출 되면 피부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로션이나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도 꼼꼼히 바르신다면 건조한 항공기 내에서 피부를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

한번은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요. 최신형 항공기를 소개하면서 “기존 항공기 보다 습도가 20% 가량 높다”는 자랑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서프라이즈~”하면서 호응을 크게 못해준 것이 미안하네요. 최근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승무원들로부터 ‘어느 위치가 특히 건조하다’ ‘어떤 상황에서 건조함을 토로하는 승객이 많다’ ‘물수건이 특별히 언제 더 잘 마르는 것 같더라’는 등의 습도 관련 경험을 조사해 항공기 제작에 반영 한다고 합니다.

비행기 습도를 높이기 위해 대량의 물을 비행기에 싣고 다닐 수도 없습니다. 무거우면 연료가 많이 들어 비용이 들어가고 습도를 너무 높게 유지하면 항공기 부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습기를 설치해 놓은 항공기는 없습니다.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이라고 해도 습도 시스템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승객 밀도가 높은 이코노미석이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즈니스석 보다 습도가 높은 장점(?)도 있다고 하네요.

어쩌면 습도가 낮은 건 항공기의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승객인 우리는 내 피부를 더더욱 스스로 지켜냅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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