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쌍두마차가 이끄는 한국의 가전제품은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하지만 일본의 기술력은 여전히 최상급이고 중국은 물량 공세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는 이런 치열한 ‘가전 삼국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세계 3대 전자제품 박람회로 CES(소비자전자제품전시회), IFA(국제가전박람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가 꼽힌다. CES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그해 판매될 가전제품을 미리 보여준다. IFA는 매년 9월 베를린에서 개최된다. 1월에 예고했던 제품들이 실제 출시된다. 대형 바이어(구매자)들과 거래가 오가는 곳이다.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는 휴대전화 통신기술 위주의 전시회다.
IFA 2019에서 삼성전자는 최대 규모인 1만72m²(약 3050평)의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가전의 꽃 TV에서 화면 가로에 약 8000화소가 박혀 있는 8K 시리즈를 내놓았다. 어떤 화질의 영상이 입력되든지 8K 수준으로 변환하는 인공지능 화질 엔진을 탑재한 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둘둘 말았다가 풀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초대형 롤러블 TV를 선보였다. 마치 폭포수가 굽어진 TV를 따라 흘러내리는 듯한 화면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일본은 글로벌 TV 시장에서 1, 2위 자리를 삼성 LG에 내준 지 오래다. 하지만 기술력은 살아 있다. 2017년 세계 최초로 8K TV를 상용화한 곳이 샤프다. 이번에 5세대(5G) 통신 모뎀을 결합한 120인치 8K 액정 TV를 내놓았다. 삼성 LG와 8K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에 나설 태세다. 중국은 인해전술(무기나 전술보다 인력의 수적인 우세로 적을 압도하는 전술)이다. IFA 2019 전체 참가 기업 1856개의 약 절반인 882개가 중국 기업이다.
TV 분야의 새로운 추세가 8K라면 스마트폰에서는 5G폰이다. 본격적인 5G 스마트폰을 내놓은 곳은 한국의 삼성과 LG뿐이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을 5G 서비스를 본격화할 시점으로 잡고 있다. 중국은 5G 스마트폰을 내놓기는 했지만 품질 디자인 모두 많이 어설픈 단계다. 조만간 바짝 따라올 것이다. 잠깐 방심하면 금방 따라잡히는 것이 전자제품 글로벌 삼국대전이다. 동아일보 9월 9일자 김광현 논설위원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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