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맞은 근로자 고용 의무화… 사실상 65세로 정년연장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9일 03시 00분


정부TF, 인구구조 변화 대책 발표


근로자의 정년을 65세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정부가 2022년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2016년 60세로 상향 조정된 법정 정년은 그대로 두되 기업이 정년 이후에도 근로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채용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 생산성 저하를 최소화하려는 취지이지만 강제적 조치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데다 청년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은 기재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이 참여한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가 마련했다.

○ 기업에 실질적 정년 연장 의무 부과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기업이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에 대한 내부 검토를 거쳐 2022년부터 계속고용 기간과 적용 업종 등을 정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고용 연장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상 법정 정년은 만 60세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 등을 고려해 기업이 최장 65세까지 근로자를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올해 62세에서 2023년 63세, 2033년 65세로 늘어난다.

정부는 일본식 ‘계속고용제도’를 모델로 삼고 있다. 일본은 노인 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2013년부터 계속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이 △재고용(퇴직 뒤 재계약) △정년 연장(정년을 65세로 연장) △정년 폐지(정년 없이 계속 고용) 중 하나를 골라 원하는 근로자 모두 정년을 늘려주도록 하고 있다. 법정 정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60세지만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50만 엔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권고가 아닌 의무 조항이다. KOTRA에 따르면 일본 대기업의 99% 이상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는 60세인 법정 정년을 수정하진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일본식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되면 사실상 정년이 늘어난다. 다만 기재부는 “일본은 지키지 않을 경우 페널티가 있는 강제 조항”이라고 설명하는 반면 고용부는 “계속고용제도를 지키지 않으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없을 뿐 강제성은 없다”고 설명해 부처 간에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고 있어서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청년들의 새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임금은 높은 데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층을 계속 채용하려면 결국 청년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청년과 고령층 사이 세대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2013년 정년 연장 이후 청년실업이 더 심각해진 것처럼 임금, 고용 형태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한 파격적인 제도 혁신 없는 정년 연장은 체감실업률 25%에 이르는 청년들의 취업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부 제공 인센티브만 믿고 고령층 고용을 늘릴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규정한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전면 시행된 지도 약 3년에 불과하고, 이에 대한 효과나 정책 평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추가적 정년 연장 추진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기업 지원금으로 ‘계속 고용’ 유도

본격적인 정년 연장에 앞서 기업들이 고령자를 채용하면 주는 인센티브도 확대된다. 60세 이상 근로자를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한 사업주는 정부로부터 분기별로 1인당 27만 원씩 지원받았지만 내년에는 30만 원으로 인상된다. 자발적으로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다시 고용한 사업주에게 주는 고령자 계속고용 장려금을 신설해 1인당 월 3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실업급여를 69세까지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실직하면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외국인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하려면 현재는 3개월이 지나야 하지만 이를 단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임금과 학력 등을 고려한 우수인재 비자를 신설하고, 외국 인재 유입을 위해 고용·거주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인구 감소에 대비해 적정 교원 수를 재검토하고 군 인력을 정찰위성과 무인항공기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최혜령 / 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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