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피해자 유전자 분석 맡았던 이정빈 석좌교수
“당시엔 日연구소에 검사 맡겼는데 조사방법 잘못적용 용의자 못찾아”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서 첫 번째 피해자의 유전자(DNA) 분석을 맡았던 법의학자 이정빈 가천대 석좌교수(73·사진)가 DNA 분석 기술의 발전이 용의자를 찾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8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분석을 맡았을 당시 DNA 분석 기술이 떨어지고 감정 방법이 잘못돼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최근 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DNA 검출 방법이 나오며 용의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DNA 분석 기법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선진 분석 기술을 배워 전파한 1세대 법의학자다. 1986년 9월 15일 발생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첫 번째 피해자인 이모 씨(71)의 DNA 분석을 맡았다. 당시 이 교수는 일본의 한 연구소에 피해자의 질 속에 있던 정액과 용의자의 인체 조직을 보냈지만 DNA 불일치 통보를 받았다.
그는 “당시 일본의 기술이 앞섰다고 판단해 검사를 맡겼는데 검사 방법을 잘못 적용했다. DNA에서 어떤 형(型)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단순히 유전자의 그림 정도를 맞춰 봤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DNA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질에 있던 정액을 다 써버려 다른 용의자에 대한 추가 감정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33년 만에 용의자를 찾아낸 것은 DNA 분석 기술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세포 수가 많아야만 DNA 검출을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세포 수가 적어도 검사가 가능하다. 피해자의 옷가지 등에서 용의자의 DNA가 조금만 묻어 있어도 발전된 기술을 적용해 다시 검출을 시도하면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