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이 100%에 가까워 ‘돼지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4일 만인 20일 경기 파주시에서 2건의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아직 확진된 상태는 아니며, 정부는 현지에 방역 인력을 투입해 확인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10시께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농장 2곳으로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파주, 18일 경기 연천군에서 발생한 후 이틀 만에 의심 축이 접수된 것이다. ASF가 국내에서 최초 발생한 이후로는 나흘째다.
파주시 적성면에서 돼지 2마리(모돈 1마리, 육성돈 1마리), 파주시 파평면에서 1마리, 총 3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현재까지 확인됐다. 적성면 소재 농장은 축주가 폐사를 확인해 파주시에 직접 신고했고, 파평면 소재 농장은 수의사가 축주와의 통화에서 돼지 폐사를 확인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심 신고했다.
파평면에서 폐사한 돼지 1마리가 새끼를 낳던 중이어서 폐사한 돼지 수를 세는 데 혼선이 있었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새끼의 수도 정확히 확인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농식품부와 경기도는 파평면에서 1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최종 정리했다.
두 농가는 앞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 소재 농가에서 10㎞ 내 방역대에 속해 있어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져 있는 상황이다. 적성 농장은 약 9㎞, 파평 농장은 7.4㎞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시각은 파평과 적성 각각 8시40분, 7시20분께로 파악됐다. 사육두수는 파평 농가가 약 4200두, 적성 농가는 약 3000두다.
농식품부는 오전 9시30분께 초동 방역팀 인력 2명을 파견해 가축·차량 이동 통제, 소독 등 긴급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경기도에선 가축방역관을 2명 투입, 임상 관찰과 시료 채취를 통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 검사 시간은 6시간 정도 소요돼 이날 저녁 늦게는 확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 결과 ASF로 확진될 경우 농식품부는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긴급 살처분 등 방역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SF 발생 및 전파 방지를 위해 농장 및 관련 시설에 대한 소독 등 방역 조치를 충분히 하라”고 축산 농가와 관계자에 당부했다. 그러면서 “의심 증상이 없는지 면밀히 관찰해 이상이 있을 경우 가축 방역 기관 등에 신속히 신고해 달라”고도 했다. 가축 전염병 신고는 1588-9060 또는 1588-4060으로 하면 된다.
이날 관련 브리핑을 연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추가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 발령 여부와 관련, “전문가 의견도 듣고 가축방역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며 “엄중한 상황이라 판단하면 전국 단위로도, 지역 단위로도 발령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현재까지 파주와 연천 지역에서 살처분된 돼지 두수는 7251마리다. 파주에선 지난 19일까지 발생 농장과 가족 농장을 포함한 총 3개 농장에서 4927마리의 살처분이 완료됐다. 연천에선 발생 농장에서 3574마리의 살처분이 진행됐다.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는 반경 3㎞ 내 농장 3개소 중에선 2개소에서 1871마리의 살처분이 완료됐다. 정부는 연천 지역 발생 농장에서의 살처분을 이날 오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ASF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정부는 살처분 대상 범위의 반경을 SOP보다 넓혔다. SOP에선 500m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3㎞까지 늘린 것이다. 박 실장은 “과하다 싶은 정도로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겠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감염원은 아직까지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유입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역학(질병의 원인에 대한 연구) 조사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진행되는 터라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전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발생 농장 4개소의 방역대(반경 10㎞) 내에 있는 107개 농장(파주 44개, 연천 63개)과 ‘차량 역학 농장’(발생 농장을 방문한 차량이 출입한 농장) 437개(파주 280개, 연천 157개) 등 총 544개 농장에 대한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 오후 4시 기준 56개 농장에 대한 검사가 완료됐고,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 지난 19일엔 544개 농장뿐 아니라 ASF 발생 위험이 높은 특별관리지역(접경 지역 14개 시·군) 등 전국의 취약 지역 돼지 농가 1494개소를 대상으로도 정밀 검사를 추진했다. 이 검사는 다음달 4일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차량 역학 농장은 파주(280개)와 연천(157개)을 합해 모두 437곳으로 조사됐었는데, 이 중 중복된 곳이 경기와 강원 지역 농장 41호로 파악됐다. 결국 중복된 곳을 제외한 차량 역학 농장은 최종적으로 396곳으로 좁혀졌다. 정부는 차량 역학 농장의 위험성이 비교적 높다 보고 3주간 이동 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이날부터 다수 농장과 교류가 잦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 축산 관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일제 점검이 추진된다. 돼지 관련 도축장 71개소, 배합 사료 공장 88개소, 인공 수정소 51개소 등이다. 차량용 소독기 등 방역 시설은 물론 ASF에 유효한 소독약 사용과 희석배수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제17호 태풍 ‘타파’(TAPAH) 북상에 따른 방역 대응과 관련, 박 실장은 “ASF 방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별도로 검토하고 있고, 대비하려 한다”며 “비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텐데, 축사 관리 문제가 클 것으로 예상돼 매일 생석회를 도포하고 소독 조치를 계속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오후 6시30분부로 일시이동중지명령이 해제되면서 일부 공판장을 제외한 대다수 도매 시장에서 돼지고기 경매는 재개됐다. 일부 경매 물량이 미미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경매가 원활히 이뤄졌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지난 17일 ㎏당 5838원에서 18일 6201원, 19일 5828원으로 하락했다.
박 실장은 “오늘부터는 대부분의 도매 시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경매가 어제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며 “돼지고기 가격도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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