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했는데, 올해에는 자식 같은 녀석들이 살처분 안되길 바랄뿐입니다”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에 이어 김포시에서도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의심축 신고가 접수돼 지역 돼지 농가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17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파주농장과 이튿날인 18일 연천농장, 20일 또다른 파주농장 2곳에 이어 4번째 의심 신고다. 20일 신고된 파주농장 2곳은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된 상태다.
의심 신고가 접수된 김포 통진읍 양돈장은 최초 ASF 발생지인 파주 농장과 13.7㎞, 두 번째 발생지인 연천 농장과는 45.8㎞ 떨어져 있다. 방역당국이 설정해 놓은 ASF 중점관리지역 중 한 곳이어서 긴장감은 배가 됐다. 김포마저 뚫리면 한국 이남을 중심으로 전국 확산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김포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5분쯤 김포시 통진읍 가현리에 있는 이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축 신고가 접수됐다.
이 농가 주인 이모씨는 “오늘 돼지 9마리 중 4마리가 유산을 하고, 나머지 5마리는 밥을 먹지 않는다고 아들이 얘기해, (아들이)가축방역팀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1마리만 유산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한번에 4마리가 유산을 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해 걱정이 크다”며 “검사결과가 음성이 나오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파주와 연천에 이어 김포에서도 발병될까 노심초사하며 이날 저녁쯤 발표될 정밀검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농장에는 방역관계자들이 정문과 후문 출입문을 지키며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농장주 A씨의 어깨가 유난히 축 처져 보였다.
이에 대해 주민 B씨는 “이 농가는 지난해 구제역 예찰지역으로 판정돼 돼지를 살처분했는데, 이번에 또 이런 일(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혀를 찼다.
이 농가 인근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오늘 오전에 다른 농장 의심신고 소식을 접했다”며 “혹시 몰라 지금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고, 다른 농가에도 피해를 줄 수 있어 결과가 나올때까지 농장에서 돼지들과 같이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구제역 예찰지역에 포함돼 자식처럼 키운 돼지를 땅에 묻었는데, 올해에도 묻는다면 생각하기도 싫다”며 “제발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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