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8일 광안대교와 충돌한 러시아 화물선(씨그랜드·6천톤급)의 선장 러시아인 S씨의 모습. © News1
계류 중이던 요트와 부산 광안대교를 연이어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러시아 선박 ‘씨그랜드호’ 선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최진곤)는 24일 해사안전법 위반(음주운항) 등의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선장 A씨(42)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월28일 부산 남구 용호부두에서 음주 상태로 출항해 비정상적인 운항 지시로 계류 중이던 요트 2대와 바지선 등과 충돌하고,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하려다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선박교통사고 후 도주, 음주운항, 일반교통방해 등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고 직후 화물선에 승선한 해경의 음주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0.086%였다”며 “워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면 선박을 운항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일 것으로 보여, 사고 이후 코냑을 마셨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당시 선원들의 녹취록과 관제센터(VTS)와의 교신 등을 볼 때 선박이 요트와 충돌했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요트 충격 피해자들에 대한 구호 조치없이 현장을 이탈했다”고 선박교통사고 후 도주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일반교통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교통방해의 원인은 광안대교 충격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8일 부산 남구 용호만유람선터미널에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6천톤)과의 충격으로 파손된 다이아몬드베이 요트의 모습. © News1
다만 광안대교 충돌 이전 요트 충격(업무상 과실 선박파괴)과 관련해서는 “피해 요트 등은 선미 등 일부분만 파손된 데다 사고 당시 스스로 운항해 현장을 벗어난 점을 볼 때 형법에서 정한 선박의 ‘파괴’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형법상 ‘파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파손 정도가 전복, 매몰, 추락 등과 같은 수준으로 심각해 교통기관으로서의 기능이나 용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상실되는 정도의 파손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음주 상태로 선박을 운항해 요트와 광안대교를 연이어 충돌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등 죄책이 무겁다”며 “다만 부산시 등과 배상에 합의한 점, 요트 충돌 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상태가 중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사고 경위와 이후 조치 등을 보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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