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장애인인 피해자와 혼인관계를 맺은 뒤 간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윤종구)는 24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장애인위계등간음) 등 혐의로 기소된 마모씨(41)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간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장애인과의 만남·교제·사랑·결혼은 당연히 허용되지만 사회통념에서 벗어나는 것까지 용인할 순 없다”며 “장애인인 피해자나 주변 사람의 진술을 보면 마씨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는 법률이나 사회상규, 사회통념에서 허용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둘 사이의 만남이나 교제 자체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허용되는 범위, 용인되는 범위를 벗어난 마씨의 행위에 대한 1심의 유죄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마씨는 2018년 8월 서울 중랑구 소재 주거지에서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 A씨를 위계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허위로 혼인신고서를 작성·신고해 담당 공무원이 본인과 A씨의 혼인사실을 전산입력하게 한 내용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마씨는 지난해 5월 중랑구 소재 한 공원에서 만난 A씨를 자신의 성적 요구를 충족시킬 대상으로 삼고, 지속해서 연락하고 밥을 사주면서 호감을 형성했다.
법원은 이를 ‘그루밍 성폭력’으로 판단했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용이하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뜻한다.
하지만 마씨는 A씨의 모친이 관계를 반대하자 모친으로부터 A씨를 격리할 목적으로 법적 혼인관계를 이용했다. A씨를 성적으로 이용할 목적이 있었을 뿐 실질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전혀 없었는데도 A씨를 꼬드겨 같은해 7월 혼인신고를 했다.
혼인신고 약 일주일 뒤에는 마씨 본인의 집에서 A씨에게 음란물을 보여주며 A씨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성폭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씨는 관련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에 이어 2심도 마씨가 위력으로 지적장애인인 A씨를 간음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일반인과 다른 지적장애인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 진술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Δ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Δ범행의 시기·장소·수법 Δ피해자의 진술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 고려해 신빙성이나 증명력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최초 경찰 진술 시에는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후 조사에서는 마씨가 강제로 옷을 벗기고 음란물에 나오는 행위를 따라하자고 하며 강간했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특히 범행 전후의 마씨와 자신의 행동, 마씨가 행사한 유형력과 그에 대한 자신의 대응, A씨가 당시 느낀 감정에 관해 실제 경험하지 않으면 밝히기 어려운 내용을 포함해 진술했고 모순되는 점은 없다고 판단됐다.
다만 1심은 마씨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의 누범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2심은 판단을 달리해 마씨의 형량은 징역 10년에서 징역 8년으로 2년 감형됐다. 원심이 감금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에 대해 검찰도 항소했지만, 2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앞서 마씨는 2002년 전처와 협의이혼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재결합을 반대하는 전처의 동생을 살해해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2017년 출소했다. 마씨는 2000년대 초반 전남에서 발생한 초등생 연쇄 실종사건의 유력 용의자로도 알려져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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