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 지인을 숨지게 한 60대 남성이 살인죄 처벌을 피하게 됐다. 다만, 상습 음주운전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실형이 확정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유모 씨(66)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 씨는 2017년 12월 30일 오전 3시 40분께 전남 여수시 한 공원 주차장에서 지인 A 씨(당시 62세)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유 씨는 주차장에서 노래방 가는 문제로 A 씨와 다퉜고, 이후 A 씨 승용차를 운전해 차 뒤편에 쓰러진 그의 몸을 두 차례 밟고 지나갔다. 유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30%의 만취 상태였다.
또 2007년 5월과 2013년 10월에 이어 2017년 11월, 사건 당일인 2017년 12월 30일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몰아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하고 피해자는 2시간 이상 중상을 입은 채 노상에 방치돼 있다가 죽음에 이르렀다”며 “유 씨가 우울증 진단을 받는 등 심리상태가 불안정했던 점은 있으나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원심을 깨고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상습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유 씨와 A 씨가 노래방 가는 문제로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고 평소 막역한 사이로 그간 싸움도 없었던 점, 유 씨 안경이 부러져 있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A 씨 부검 결과 몸싸움 흔적은 기재돼있지 않은 점을 들어 이같이 판단했다.
또한 “A 씨 체격이 유 씨보다 건장하고 술도 덜 취해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 씨가 현장을 이탈하며 피해자를 옮기거나 숨기지 않고 부러진 안경다리를 치우지도 않았으며, 범행에 쓰인 차량도 시동과 비상등을 켠 채 주차장에 방치하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잤다. 살인 고의를 갖고 범행한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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