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은 30일 성폭행을 피하려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 씨를 상대로 4차 공판을 열었다. 앞서 고 씨는 고개를 숙이고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호송차에서 내렸으나, 법정에 들어설 때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고개를 든 모습이었다.
이날 법정에서 고 씨는 수기로 작성한 A4용지 8장 분량의 의견진술서를 20분 가량 읽었다.
고 씨는 말을 시작함과 거의 동시에 울먹였다. 그는 “지난 사건이 발생한 날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도 비현실적인 악몽 속에 살고 있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비참하고 악몽같은 시간이 현실이다. 제가 죽으면 아무런 진실을 밝힐 수 없기에 견디고 버텨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 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5월 25일 당시 상황에 대해 “아이가 수박을 잘라 달라고 했고, (수박에) 묻어있는 농약을 없애려 물로 씻고 수박을 썰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이 제 뒤에 바짝 다가와 제 가슴과 허리춤을 만지기 시작했다”라면서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고 씨가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를 주장하자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유족은 “명백한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거짓말 하지 마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에 고 씨는 “제가 말씀드리는 건 모두 진실이다”라며 “저는 이제 엄연히 다른 사람의 여자이기 때문에 그가 멈출 줄 알았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자신이 거부하며 몸을 피하자 전남편이 칼을 들고 쫓아와 ‘네가 감히 재혼을 해? 혼자만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냐’라고 했다는 등 우발적 범행 과정을 설명했다.
고 씨는 “그 사람 말대로 (제가) 가만히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매일 한다. 가만히 있었으면 지금처럼 되진 않았겠다 (생각한다)”며 “그 사람은 피를 많이 흘렸고, 저를 쫓아오다 쓰러졌다. 성폭행과 죽음이라는 두 사건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 저는 정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큰 사건이 벌어진 뒤 저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살인자가 되어 제 인생이 끝장났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렇게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작년 가을에 사둔 도구가 차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사건에 사용했다. 미친 짓이었고 너무나 죄송하다. 지금은 제가 저지른 그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라고 했다.
고 씨의 이같은 진술에 방청석에서는 헛웃음과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가 일상적으로 했던 모든 행동들이 다 이 사건과 관련해 준비된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게 너무 무섭다. 검사는 제가 한 검색, 쇼핑, 펜션 예약, 사진 촬영까지 계획범죄의 증거라고 추긍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고 씨는 “제가 저지른 죄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싶다”면서도 “제가 저지르지 않은 죄로 처벌받고 싶지 않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고 씨는 지난 5월 25일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고 씨는 지난 3월 2일 의붓아들 A 군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고 씨는 의붓아들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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