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투신시도 중국인 구한 ‘필사의 버티기 40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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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 공사현장 소장, 출근하던 중 호텔 5층 창문에 매달린 여성 발견
뛰어들어가 발목잡고 119 기다려
경찰, 용감한 시민상 수여키로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텔 창틀 밖으로 몸을 드러낸 중국인 여성을 119구조대원이 구조하고 있다. 독자 제공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텔 창틀 밖으로 몸을 드러낸 중국인 여성을 119구조대원이 구조하고 있다. 독자 제공
30일 오전 7시 28분경. 박경호 씨(49)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텔 주변을 지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역삼동의 한 공사현장에서 소장으로 일하는 박 씨는 출근하는 중이었다. 박 씨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텔 5층 창문 밖으로 한 여성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이 여성의 발목 부분을 누군가가 호텔 객실 안쪽에서 붙잡고 있었다.

위기 상황임을 직감한 박 씨는 곧바로 호텔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호텔 직원을 급히 불러 함께 5층으로 올라가면서 112에 신고를 했다. 호텔 직원과 함께 잠겨 있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 안에선 30대 여성이 울면서 창문 밖 여성의 다리를 힘겹게 붙들고 있었다. 창문 밖 여성은 30대 여성의 어머니였다.

박 씨는 추락 위기에 놓인 여성의 다리를 함께 붙잡고 버텼다. 얼마 뒤 박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지친 딸이 뒤로 물러섰다. 대신 경찰관이 박 씨와 함께 창문 밖으로 몸을 드러낸 60대 여성 A 씨의 발목을 붙들고 119구조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오전 8시 10분경 A 씨를 구조했다. 박 씨는 A 씨가 구조되기까지 안간힘을 써가며 40분가량을 버텼다. 경찰에 따르면 A 씨(61)는 닷새 전 딸(34)과 한국으로 여행을 온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평소 우울증을 앓던 A 씨는 이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사람이 창문 밖으로 매달려 있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겠나. 누구라도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라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이런 일을 겪은 것이 안타깝지만 무사히 구조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 함께 버텨 준 경찰관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박 씨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자살시도#중국인#용감한 시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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