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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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이달 말 또는 11월경 하원에서 탄핵안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나라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탄핵 제도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국면으로 몰리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트럼프는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민주당 대권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바이든이 부통령 재직 시절인 2016년 아들 헌터의 부패 연루 혐의를 덮기 위해 우크라이나 측에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의 미국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트럼프가 자신의 재선을 위해 다른 나라 정상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미국 연방 헌법에는 대통령과 부통령, 공무원은 반역, 뇌물 수수 또는 그 밖의 중범죄 및 비행으로 인한 탄핵과 유죄 확정으로 면직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트럼프 탄핵 사안의 경우 ‘중대한 범죄’ 항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마녀사냥, 쓰레기 뉴스’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보도된 후 탄핵 조사를 지지하는 미국 내 여론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내년 11월 초로 예정된 미국 대선까지 1년 남짓의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위기를 맞은 트럼프는 반드시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한국의 경우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의결하면 독립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는 헌법재판소가 없습니다. 그 대신 연방 대법원이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원에서 탄핵 조사와 청문 절차를 거친 후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을 제출하면 전체 의석의 과반으로 찬반 여부를 의결합니다. 하원에서 의결된 탄핵소추안은 상원으로 넘어가서 탄핵 재판이 진행됩니다. 상원에서의 탄핵 재판장은 연방 대법원장이 맡습니다.

여태껏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은 3번 추진됐습니다. 1868년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과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막혔습니다.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됐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하원 상임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자 자진 사임했습니다.

트럼프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한다고 해도 상원에서 전체 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자리를 보전하더라도 재선까지는 앞길이 험난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미국의 탄핵 국면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북-미 핵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핵 협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 동결과 장거리탄도미사일 폐기 수준에서 대북 제재 해제 카드를 꺼내면 핵 폐기가 물 건너갈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트럼프 변수가 미중 간 무역전쟁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세계는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미국 민주당#탄핵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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