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대표적인 해돋이 명소인 성산일출봉 옆 해수면 주변으로 붉은 기운이 퍼지다 시뻘건 해(사진)가 솟아올랐다. 머리를 내미는가 싶더니 어느새 눈을 마주하기 힘들 만큼 강한 빛을 쏟아냈다. 지난달 24일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 백록담과 일출을 한 장면에 담은 풍광은 장엄함을 넘어 경이로웠다. 어둠에 묻혔던 백록담 분화구 내부는 해가 오르는 위치에 따라 그림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했다.
제주사람들에게 한라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라는 경관적인 부분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한라산 가치보전 천년대계 수립 용역에서 ‘한라산은 곧 제주’라는 응답이 많았다. ‘탐라지도’(경희대 혜정박물관 소장), ‘제주도도’(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등 고지도에 백록담이 실제보다 크게 그려질 정도로 조선시대에도 특별한 관심 대상이었다.
백록담은 거대한 화구호로 둘레 1700m, 깊이 108m이고 면적은 21만 m²가량이다. 타원형이지만 조면암질 북쪽 사면이 풍화작용 등으로 무너지고 있어서 상당한 시간이 흐르면 말발굽형 분화구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백록담은 구상나무 군락을 비롯해 암매, 한라솜다리, 한라개승마, 한라장구채 등이 자생하는 고산희귀 특산식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매년 1월 1일 새해 첫 해돋이를 백록담에서 맞이하는 특별 행사를 한다. 야간산행, 드론 비행을 위해서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