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일고 동창생들 후원금 모금… 177명 참여해 남매에게 성금 전달
생계비 지원 등 지역사회도 힘보태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12일 집 안 거실에 있던 전동킥보드에서 시작된 화재로 부모를 잃은 대학생 남매에게 고인이 된 엄마의 고교 선후배들이 따듯한 후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역사회도 남매에게 온정의 힘을 보탰다.
6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달 12일 오전 4시경 광주 광산구 송정동 한 아파트 5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거실에 있던 전동킥보드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에 알렸다. 이 화재로 A 씨(50)와 남편(53)이 숨졌다. 대학생인 A 씨 아들(23)과 아들의 친구(23)는 아파트 5층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역시 대학생인 A 씨 딸(22)은 보일러실 창틀을 붙들고 매달려 있다가 이웃에 의해 구조됐다.
A 씨의 아들은 경찰에 “불이 나기 1시간 전에 거실에 있던 전동킥보드를 충전시켜 놓고 방에서 잠을 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잠을 자던 중 갑자기 펑 하는 소리에 놀라 거실로 나가 보니 전동킥보드가 폭발하며 불길과 연기가 번졌다”고 했다.
아들은 병원 중환자실에 있었고 딸은 화재로 숨진 부모의 휴대전화가 모두 불에 타 장례를 치르면서도 부모의 지인들에게 연락조차 하지 못했다. 이들 남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광주광일고 동창생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남매의 어머니가 이 학교를 졸업했다. 광일고 동문회 명예회장인 정원주 중흥그룹 사장도 동문회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A 씨 자녀들을 돕자”는 글을 올리고 500만 원을 쾌척했다. 이후 광일고 졸업생은 물론 교장과 교직원 등 177명이 성금 모금에 동참했다.
20일 동안 모금을 한 광일고 총동문회는 이달 2일 광산구 월계동의 한 호텔에서 A 씨의 딸에게 후원금 3432만 원을 전달했다. 기훈호 광일고 총동문회장(53)은 “화마로 부모를 잃은 남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성금을 모았다”며 “남매가 아픔을 이겨내고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A 씨가 가정형편 때문에 동문회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텐데 이렇게 도움을 줘 고맙다”며 동문회 측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남매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지역사회도 힘을 보탰다. 광산구 송정제일교회 신도들은 146만 원을 모아 전달했다. 또 송정동 주민들도 성금 100만 원을 건넸다.
광산구는 남매에게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고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는 등 여러 가지 지원방안을 찾고 있다. 강미순 광산구 복지기획팀장은 “트라우마 치료를 포함해 남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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