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화재로 부모 잃은 남매에게 ‘온정 밀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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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일고 동창생들 후원금 모금… 177명 참여해 남매에게 성금 전달
생계비 지원 등 지역사회도 힘보태

기훈호 광주 광일고 총동문회장(오른쪽)은 2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 엠파이어 호텔 세미나실에서 화마로 부모를 잃은 유족들에게 동문회원 177명이 20일 동안 모금한 성금을 전달하며 격려했다. 광일고 총동문회 제공
기훈호 광주 광일고 총동문회장(오른쪽)은 2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 엠파이어 호텔 세미나실에서 화마로 부모를 잃은 유족들에게 동문회원 177명이 20일 동안 모금한 성금을 전달하며 격려했다. 광일고 총동문회 제공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12일 집 안 거실에 있던 전동킥보드에서 시작된 화재로 부모를 잃은 대학생 남매에게 고인이 된 엄마의 고교 선후배들이 따듯한 후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역사회도 남매에게 온정의 힘을 보탰다.

6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달 12일 오전 4시경 광주 광산구 송정동 한 아파트 5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거실에 있던 전동킥보드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에 알렸다. 이 화재로 A 씨(50)와 남편(53)이 숨졌다. 대학생인 A 씨 아들(23)과 아들의 친구(23)는 아파트 5층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역시 대학생인 A 씨 딸(22)은 보일러실 창틀을 붙들고 매달려 있다가 이웃에 의해 구조됐다.

A 씨의 아들은 경찰에 “불이 나기 1시간 전에 거실에 있던 전동킥보드를 충전시켜 놓고 방에서 잠을 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잠을 자던 중 갑자기 펑 하는 소리에 놀라 거실로 나가 보니 전동킥보드가 폭발하며 불길과 연기가 번졌다”고 했다.

아들은 병원 중환자실에 있었고 딸은 화재로 숨진 부모의 휴대전화가 모두 불에 타 장례를 치르면서도 부모의 지인들에게 연락조차 하지 못했다. 이들 남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광주광일고 동창생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남매의 어머니가 이 학교를 졸업했다. 광일고 동문회 명예회장인 정원주 중흥그룹 사장도 동문회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A 씨 자녀들을 돕자”는 글을 올리고 500만 원을 쾌척했다. 이후 광일고 졸업생은 물론 교장과 교직원 등 177명이 성금 모금에 동참했다.

20일 동안 모금을 한 광일고 총동문회는 이달 2일 광산구 월계동의 한 호텔에서 A 씨의 딸에게 후원금 3432만 원을 전달했다. 기훈호 광일고 총동문회장(53)은 “화마로 부모를 잃은 남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성금을 모았다”며 “남매가 아픔을 이겨내고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A 씨가 가정형편 때문에 동문회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텐데 이렇게 도움을 줘 고맙다”며 동문회 측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남매의 딱한 처지를 알게 된 지역사회도 힘을 보탰다. 광산구 송정제일교회 신도들은 146만 원을 모아 전달했다. 또 송정동 주민들도 성금 100만 원을 건넸다.

광산구는 남매에게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고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는 등 여러 가지 지원방안을 찾고 있다. 강미순 광산구 복지기획팀장은 “트라우마 치료를 포함해 남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광일고#후원금 모금#전동킥보드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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