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내년부터 적용
강남-송파구 등 일반고 탈락생 자사고 입학뒤 ‘꼼수 전학’ 차단
2020학년도부터 서울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들어가는 학생은 입학 후 최소 한 달이 지나야 일반고로 전학할 수 있다. 정원이 미달돼 추가 모집하는 자사고에 입학한 뒤 곧바로 원하는 일반고로 옮기는 ‘꼼수 입학’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으로 ‘고등학교 전·편입학 시행계획’을 개정해 내년 3월부터 시행하겠다고 6일 밝혔다. 그동안 자사고 입학 직후에 곧장 일반고로의 전학이 가능했지만 내년 새 학기부터는 한 달이 지나야 전학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자사고 입학생에게 한 달의 전학 제한 기간을 둔 것에 대해 학생의 학교 선택권은 기본적으로 보장해야 하지만 전학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사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수개월간 재학하도록 하면 자사고의 학생 유출은 막을 수 있겠지만 학교 선택권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에서 일반고로의 전학은 주로 1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집중된 만큼 이번 조치로 학기 초 자사고 학생의 대거 전출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8, 10일 예정된 고교 입시 설명회에서 변경 사항을 설명할 계획이다.
그동안 꼼수 입학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현행 서울시 일반고 배정 절차가 있다. 첫 고교 배정은 추첨으로 정하기 때문에 학생이 희망하는 고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전학을 가려면 희망하는 학교의 결원 상황을 파악해 빈자리가 있으면 전학 신청을 통해 학교를 옮길 수 있다. 일부 학생이 전학 과정에서 자사고를 이른바 ‘거쳐 가는’ 학교로 악용한 것이다.
학생이 납부하는 학비로 운영되는 자사고 특성상 ‘무더기 전출’은 재정적으로 타격이 된다. 학교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서울 자사고들은 지난달 2020학년도 고교입시 요강을 교육청에 제출하면서 “일반고 우회 진학이 계속되면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므로 지원자가 미달돼도 추가 모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추가 모집은 1월에 이뤄진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사고들이 1월에 추가 모집을 하지 않고 여유를 남겼다가 새 학기가 시작된 뒤 인근 일반고의 우수 학생을 스카우트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청의 수정 지시에 따라 자사고들은 내년에 결원 발생 시 추가 모집을 하기로 했다.
앞서 동아일보는 일반고 배정에서 탈락한 뒤 A자사고의 추가 모집에 지원한 학생 10명 중 9명이 입학 후 사흘 안에 선호하는 일반고로 전학 간 사실을 5월 보도했다. 이들이 전학 간 일반고는 대부분 서울 강남과 송파 지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원하는 일반고에 가기 위해 자사고를 징검다리처럼 악용하는 것은 학교의 면학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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