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밤 9시 이후 ‘심야조사’를 폐지한다고 자체 개혁안을 발표한 7일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검찰의 ‘셀프감찰 폐지’를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검찰과 법무부가 경쟁적으로 검찰 개혁안을 내놓는 모양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수사로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비등한 상황에서 두 기관이 개혁의 주도권을 선점하고자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혁위(위원장 김남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7층 대회의실에서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권 실질화 방안 마련에 대한 회의를 개최한 뒤 오후 5시30분께 관련 권고안을 발표했다.
개혁위는 이에 따라 ‘검찰의 자체 감찰 후 2차 감찰을 수행한다’고 규정한 법무부 훈령 등 관련 규정을 즉시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개혁위는 또 법무부에 검찰에 대한 ‘감찰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감찰 조직과 인력, 예산 등을 충분히 확보하라고 권고했다. 현직 검사를 법무부 감찰관과 감찰담당관·감사담당관에서 제외하도록 관련 규정도 즉시 개정하라고도 했다.
이밖에 대검의 검사에 대한 감찰을 폐지하고, 다른 사안에서 대검의 감찰이 법무부의 감찰권과 경합하는 경우 법무부의 감찰이 우선하도록 관련 규정을 즉시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검사의 위법수사나 검사의 권한남용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감찰을 시행하는 ‘필요적 감찰대상’을 명문화할 것도 권고대상이다.
이달 들어 개혁위와 검찰은 각종 개혁안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먼저 개혁위가 지난 1일 ‘검찰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 검사 기용’을 골자로 하는 첫 번째 권고안을 의결한 직후 검찰은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 외 특수부 폐지 내용을 담은 1차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에 개혁위는 사흘 뒤인 4일 임시회의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콕 집어 규모를 줄이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검찰 자체 개혁안이 부족하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검찰은 같은 날 ‘피의자 공개소환’ 전면 폐지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엔 심야조사 폐지안을 내놨다.
검찰과 법무부의 이같은 경쟁적 개혁안 발표는 조 장관 가족 수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지명 전부터 가족 관련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선 조 장관으로선 검찰개혁이야말로 가족 의혹에 집중된 여론의 관심을 돌리는 방안이다.
조 장관은 그동안 검찰 개혁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강조하면서 여러 통로를 통해 법무부가 할 수 있는 개혁을 “속도감 있고 과감하게” 진행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검찰 입장에서는 청와대와 여론의 검찰개혁 압박을 수용한 모양새를 취하는 동시에 선제적으로 자체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개혁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수사와 개혁을 분리하면서 조 장관 관련 수사에 명분을 쌓는 효과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 검찰개혁안과 관련해 “인권보장을 최우선 가치에 두는 헌법정신에 입각해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으로 검찰업무 전체를 점검해 검찰관 행사방식, 수사관행, 내부문화를 과감하게 능동적으로 개혁해 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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