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과정 부당대우 피의자 상담” 경찰서 9곳에 4억 들여 설치
5곳 방문자 하루평균 1명 안돼
8일 오후 1시,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 이곳 별관 2층에 있는 ‘현장 인권상담센터’는 조용했다. 33m²(약 10평)의 방 안엔 상담위원 김모 씨(62)가 혼자 앉아 있었다. 이날 인권상담센터를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
김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피의자나 참고인을 상담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게 돕는 상담위원이다. 인권위와 경찰청은 올 3월 18일부터 3억8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9개 경찰서에 인권상담센터를 설치하고 김 씨 같은 상담위원을 뒀다.
하지만 현장 인권상담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명도 센터를 찾지 않는 날이 많고 센터를 찾은 시민 대부분이 상담위원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을 받기 위해 온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상담위원은 대부분 변호사다.
경찰청이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18일∼8월 17일 9개 센터에는 각 44∼207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그런데 9개 센터 중 5곳은 방문자가 하루 평균 1명도 되지 않았다. 서울 종로경찰서 센터의 상담 건수가 207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이곳을 다녀간 사람도 하루 평균 1.8명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인권상담센터를 거쳐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 건수도 34건에 그쳤다.
종로경찰서 센터의 상담위원을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센터를 찾는 사람 대부분이 법률 상담을 받으러 온다”고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의 센터의 한 변호사는 “도봉구 주민이 몇 번이나 찾아와 법률 상담을 해달라고 했다”며 “센터까지 찾아온 사람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어 매번 무료 상담을 해줬다”고 말했다.
센터 이용자를 늘리려면 경찰과 인권위가 센터의 존재와 역할을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미경찰서의 센터 건물 앞에는 안내표지판이 없어 시민들이 센터를 찾기가 어렵다. 인권위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센터를 알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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