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 지리산 자락 회남재에서 내려다보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은 노란 도화지다. 가까이 고소산성에 오르면 부부송(夫婦松) 옆으로 ‘2022년 하동 야생차 세계 엑스포 유치’라는 검은 글씨와 익살스러운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동군(군수 윤상기)이 군민의 염원을 담아 일반 벼 속에 검은 벼를 심어 만든 작품이다.
사계절 아름답기로 유명한 소설 토지(土地)의 무대 평사리 들판에서 ‘느림의 미학’이 펼쳐진다. 이유식 전문기업인 ㈜에코맘의 산골이유식(대표 오천호)과 협동조합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대표 조문환)는 12일 오전 10시부터 ‘제1회 평사리 들판 슬로워크’를 마련한다. 부제는 ‘1000명의 슬로워커가 몸으로 그리는 대지 예술’이다. 기획은 놀루와가, 후원은 에코맘이 맡았다. 주 무대는 평사리 동정호 옆. 슬로워크와 가을 차(茶) 소풍이 주 행사다.
오전 10시 개막 퍼포먼스에 이어 1만 원을 내고 미리 신청한 1000명이 평사리 들판 7km를 느릿느릿 걷는다. 캔버스가 따로 없는 황금 들판에 1000명이 펼치는 걸음걸이는 거대한 행위예술이다. 사람 물결, 예술의 물결이 펼쳐진다.
‘가을 차 소풍’은 차인과 학생, 일반인, 외국인 등 100명이 벌이는 경연이다. 차 우림 도구와 다식을 준비해 차를 우려낸다. 하동군은 녹차와 떡, 온수 등을 지원한다. 오후 2시 행사가 끝나면 ‘아름다운 찻자리 베스트 3’을 선정해 20만 원씩 상금을 준다. 1000명이 평사리 들판 270만 m²(약 83만 평)를 거니는 가운데 차를 우려내며 가을의 맛과 멋에 풍덩 빠지는 이색 행사다. 버스킹 공연과 민속놀이도 풍성하다.
사회적기업인 에코맘 오 대표는 “아름다운 우리의 땅에서, 우리가 작품이 되고 예술가가 되는 날이다. 함께 ‘느림’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공무원 출신 작가로 대표적 ‘하동 지기’인 조문환 놀루와 대표는 올 2월 평사리 들판에서 ‘논두렁 축구대회’를 열어 큰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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