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안전대책 없이 심야에 이주노동자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불법도박 단속을 벌이다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18일 오전 4시 40분경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의 한 빌라 3층에서 베트남 여성 A 씨(29)와 남성 B 씨(45) 등 2명이 베란다에서 1층으로 뛰어내렸다. 머리를 크게 다친 A 씨는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시간 뒤 숨졌다. B 씨는 다리 등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도박 신고’를 받은 경찰의 단속 과정에서 일어났다. 마산동부경찰서 형사와 빌라 인근 파출소 직원 등 5명은 “베트남인 40여 명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오전 4시 29분경 현장에 출동했다. 최초 신고는 경북지방경찰청에 접수돼 마산동부서로 넘겨졌다.
빌라에 있던 사람들은 10여 분 정도 지난 오전 4시 40분경 스스로 문을 열었다. 60㎡가량의 빌라에는 성인 남녀 18명이 모여 있었다. 한국인 남자 1명과 베트남에서 귀화한 한국인 여자 8명, 베트남인 남자 3명과 여자 6명 등이었다. 이들 가운데 A, B 씨 등 2명이 투신했고, 빌라 주인인 C 씨(46) 등 베트남 남성 2명은 경찰 단속 과정에서 달아났다. 이들 4명은 불법 체류자로 확인됐다.
경찰은 “빌라 내부에서 화투나 카드 등 도박 도구, 현금 뭉치는 없었고 숨진 베트남 여성이 한화 200만 원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체포된 이들은 “도박은 하지 않았다. 이달 하순 출국예정인 C 씨의 환송연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베트남인들이 도박을 했는지와 불법체류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 당시 도박 인원, 3층 빌라에 심야 시간인 점 등을 감안하면 출동인원과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어 단속의 적정성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경남 김해에선 2010년에도 경찰의 도박 단속을 피하던 베트남인 2명이 개울에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경남이주민센터 등 인권단체 등은 “이주노동자의 불법 체류와 도박 단속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다치거나 숨진 사람만 80여 명에 이른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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