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훈 원장 "각인되고 전염된 것 같아 착잡"
"사람의 생명보다 더 큰 보도 가치는 없어"
지난 14일 숨진 가수 겸 배우 설리(25·최진리)씨를 둘러싸고 연일 쏟아지는 언론 보도에 한국생명의전화가 모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각 언론사에 사회적 책임을 당부했다.
전화상담 기관 한국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은 18일 ‘현장목소리’라는 글을 통해 “최근 아이돌 출신 연예인의 죽음 이후 청소년들의 상담이 많이 늘었다”며 각 언론사에 이같이 요청했다.
하 원장은 “가슴이 뛰고 우울하고 불안하여 잠이 오지 않는다거나 자신들도 힘겹게 살고 있는데 그 기사를 보니 충동까지 느끼게 된다는 것”이라며 “그녀의 죽음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깊이 각인되고 전염된 것 같아 보여 상담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고 운을 뗐다.
특히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 하 원장은 “각종 언론 및 매체에는 그녀의 죽음 기사가 넘쳐나는데 그녀의 죽음을 이해하고 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마치 죽음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인 것처럼 미화하고 합리화한다”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던 사람들이 그녀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녀의 행동을 모방해 시도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지난해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발표 당시에도 보건복지부 등은 지난해 자살률 증가 원인으로 모방효과 등을 지목했다.
실제 2015년 국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유명인 죽음 전후 1개월을 비교한 결과, 모방 효과는 하루 평균 6.7명으로 나타났다. 유명인 특성에 따라 하루 평균 최대 29.7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유명인 죽음 이후 2개월간 평균 606.5명 증가했다는 2013년 중앙자살예방센터 분석 결과도 있다.
하 원장은 “사진이나 동영상 사용을 자제하고 보도 말미에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 정보를 제공한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면서도 구체적인 방법, 장소, 동기 등을 내보낸 일부 매체의 보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끝으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잘못된 보도를 보고 시도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사람의 생명보다 더 큰 보도의 가치는 없다”며 재차 언론의 자율적인 규제 노력을 부탁했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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