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는 1971년부터 ‘의자’라는 한 우물만 판 부산의 이색 향토기업이다. 사무·교육·가정용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의자를 제작한다. 일반 소비자에겐 낯설지만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관공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70%가 관공서에서 나온다. 직원은 20명이다.
유닉스는 디자인, 설계 등 연구 개발에 연간 2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임민호 이사(42)는 20일 “한때 ‘침대는 과학’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는 많은 시간을 의자에서 보낸다.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보다 편하면서 튼튼한 의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유닉스는 과거 대기업 주문을 받아 납품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디자인을 개발해 생산하면서 회사의 틀을 바꿨다. 경영학을 전공한 임 이사가 2004년 회사에 오면서부터다. 그는 “업계 내에서 인정받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러 고비를 잘 넘겼고, 이제 조달청에 등록된 200여 곳의 의자전문 업체 중 상위권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임혜석 창업자의 차남으로 두 살 위 형인 임형태 이사는 생산 부문을 총괄하고 현재 대표는 어머니 이정민 씨가 맡고 있다.
유닉스는 기술력 못지않게 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임 이사는 “마진을 더 남기려고 해외의 값싼 부품을 쓰다 보면 자칫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데, 그 순간 고객과의 신뢰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협력사, 대리점 등과 약속한 입금 날짜를 어기지 않는 것으로도 업계 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유닉스는 지난해 12월 총 60여억 원을 들여 기존 사상구 내에서 새 부지를 마련해 회사를 옮겼다. 제조업체가 땅값이 싼 다른 지방이나 해외로 부지를 넓혀 이전하는 경우는 많지만 자금 부담을 안고 부산 도심 내에서 옮기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임 이사는 “부산을 떠나기 싫었고, 업무 특성상 수작업이 많아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유닉스는 ‘의자 전문 1위’ 기업를 목표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여태 도전하지 않았던 해외 수출 판로를 개척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적극 알리는 방안도 찾고 있다. 임 이사는 “부산을 대표하는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부산시 등 지자체도 우리처럼 지역을 살리려 노력하는 중소기업에 더 큰 관심을 보여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의자’라는 기업 모토처럼 장학금, 문화행사 후원 등 이웃 사랑 실천도 활발하다. 올 3월엔 부산지방법원 천종호 판사가 어려운 청소년을 돕기 위해 운영 중인 사단법인 ‘만사소년’의 바리스타 무료 교육장에 의자 등 가구와 각종 용품을 기부했다. 임 이사는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건 기업인으로 가질 수 있는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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