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공업계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여행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 경쟁 심화, 한일 갈등 등 여러 악재가 겹친 탓입니다. 실적이 좋지 않으니 항공사들은 신규 항공기 도입에도 소극적입니다. 항공업계는 비행기 1대를 들이면 신규 인력 약 100명 정도가 창출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항공기 도입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채용 규모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요.
이처럼 항공사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는 가운데 항공사 근무를 희망하는 취업 준비생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대학 학과 명에 ‘항공’이라는 이름을 넣으면 지원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항공사들이 최근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으니 입사 경쟁률은 치열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객실 승무원 채용시 지원자가 1만 명이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100명을 신규 승무원으로 뽑는다고 해도 경쟁률은 기본 100대 1.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서류 전형에 합격하신 분들은 면접이라는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항공 출입 기자로서 항공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며 들은 면접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면접을 앞두신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조언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1. 판에 박힌 말을 하지 말 것
한 LCC 임원이 한 말입니다. 면접에 들어갔는데 지원자들이 마치 ‘이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막힘없이 술술 답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답변이 어디선가 배워온 듯한 느낌이 들어 면접을 중단하고 면접관들끼리 이유를 알아 봤다고 합니다. 자초지종을 살펴보니 지원자들은 면접 스터디나 학원에서 이미 예상 질문을 만들어 비슷한 답변을 연습했거나 면접자들끼리 실시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질문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임원은 “질문을 공유해서 사전에 준비한 것도 놀라운데, 답변이 전부 대동소이해서 더 놀라웠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마다 각각 다른 개성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도 지원자들이 “사람들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이며, 상의 눈높이에서~” 등 똑같은 대답을 하고 있더라는 거죠. 즉 어디에서 배워온 듯한 인상을 주는 답변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주제에서는 이렇게 써야 한다’는 공식은 절대 없습니다.
2. 남들 따라하지 말고 ‘나’를 보여줘라
객실 승무원은 비행 시 다양한 상황을 마주합니다. 승객의 다양한 요구를 일일이 응대해야 하기도 합니다. 항공사가 승무원들에게 요구하는 개성과 장점도 각기 다를텐데요.
단체 면접에서는 지원자들이 앞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등 개성 없는 답변을 내놓거나 ‘모범 답안’에 집착하는 경향을 띤다고 합니다. 한 LCC 대표는 “지원자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어필해야 하는 데. 타인을 따라하려는 것처럼 보이면 아쉽다”며 “자기 주관이 없는 지원자는 확고한 원칙과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한 상황을 제대로 처리하기 힘들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나의 모습에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히 면접에 임하면 좋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3. 과장하지 말자
당연한 말이겠죠. 하지만 간혹 자신을 너무 꾸미려다가 거짓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자기소개서에 나온 내용이 거짓으로 탄로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면접관의 질문이 어렵거나 질문 내용을 모르겠다면 솔직하게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 더 도움 된다고 합니다. 모르는데 아는 척 하거나, 핑계를 대며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면 더더욱 안 되겠죠?
4. ‘카더라’를 믿지 말자
“~라고 하더라”라는 식의 이른바 ‘카더라 통신’을 주의해야 합니다. “어느 항공사는 이런걸 좋아한다더라”는 소문을 믿고 그대로 따라했다가는 면접에서 자기 자신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아쉬움만 남긴 채 면접장을 나올 수 있습니다.
면접 전형에 참여했던 한 항공사 팀장은 “대부분 어느 승무원의 합격 후기를 보고서 그걸 일반화한다. 그런 후기들이 합격 비법이 되어 ‘~카더라’로 발전한다”며 “합격자의 후기는 어디까지나 특정인의 합격 후기니까 참고만 하되 따라하거나 맹신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5. 긴장하지 말자
면접에서 긴장을 안 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면접장에서 너무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심지어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면접관들은 울먹이다가 제대로 면접을 못 마치는 분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면접까지 오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을 텐데, 마지막에 긴장해서 모든 걸 망쳐버린 것 같아서 더 안타까웠다고요.
한 면접관은 너무 긴장이 된다면 면접관들에게 “제가 너무 긴장해서 그러니 잠깐만 심호흡을 하겠습니다” 혹은 “물 한 모금만 마시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시간을 벌라고 조언했습니다. “긴장을 풀려는 시도를 면접관들이 전혀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컨트롤할 줄 아는구나 싶어서 장점으로 보여 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자, 눈앞에 고지가 있습니다. 취재를 통해 들은 이야기들을 전하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어 항공사 입사의 꿈을 이루셨으면 합니다. 항공사에 꼭 취업해서 현장에서 기자와 항공사 직원으로 만나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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