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25일 농민단체가 외교부 청사 앞에 몰려와 거세게 항의했다. 농민단체는 외교부 진입을 시도하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 측과 일시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3개 단체로 구성된 ‘WTO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농민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포기는 통상주권과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공동행동은 “우리 농민단체들은 공개서한을 대통령에게도 보낸 바 있다. (그럼에도) 지위 포기 방침을 보이는 정부는 농민의 간절함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1차적으로 농업에 감축대상보조금(AMS)을 현행보다 50% 삭감해야 한다”며 “이는 발등에 떨어지는 불이다. 이후 미국이 자국산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계속되는 수입개방 정책으로 국내 농산물 값은 연쇄폭락을 맞았고, 농가소득 대비 농업소득 비율이 최저치를 찍는 등 한국 농업은 무너져버린 지 오래”라며 “이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한국 농업을 미국의 손아귀에 갖다 바치겠다는 뜻”이라고 항의했다.
농민단체의 각 대표들은 이날 ‘한국 농업의 죽음’이라는 의미로 상복을 입기고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개도국 포기 방침 철회하라’,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외교부 진입을 시도하다가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한때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미래 협상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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