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은 ‘한국어가 서툴러 범죄인 줄 몰랐다’며 법원에 중국어 반성문을 거듭 제출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 남은 한글 문자메시지가 발목을 잡았다. 법원은 실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박남준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43·여)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 씨는 8월 19일 오후 5시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나온 B 씨에게서 3800만 원을 건네받는 등 3차례에 걸쳐 1억23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 명의 위조공문서 사진을 신분증처럼 보여주며 수사관을 사칭했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A 씨는 범행 이후 서울 지하철 역사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선불 교통카드를 사용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경찰은 지하철 등의 폐쇄회로(CC)TV 수백 개를 분석해 수도권으로 달아난 A 씨를 검거했다.
중국 출신인 A 씨는 재판에서 “사진을 보여주고 상품권 매매 대금을 받아오라고 해 그렇게 했을 뿐”이라며 “한국말이 서툴러 (위조 공문서가 찍힌) 사진이 무슨 내용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A 씨는 49일 동안 재판을 받으면서 법원에 중국어로 작성한 반성문을 10여 차례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가 한국에서 20년간 생활했고 2003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에 주목했다. 지인들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에는 A 씨가 직접 한글로 작성해 보낸 메시지도 적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는 통역 없이도 재판이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판단했다”며 “초범이지만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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