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직후 기체 이상 ‘공포의 43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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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명 탄 김해→김포 제주항공機, 수리 지연이륙 9분뒤 결함… 회항
“비상착륙 대비” 방송, 승객 초긴장… “자동조종장치 이상에 무리한 운항”

“비상탈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왕좌왕하면 안 되고 모든 짐을 버려야 합니다. 승무원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대피하고, 최대한 앞좌석에 밀착하십시오.”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긴급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륙한 지 9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25일 오후 8시 50분 김해공항을 이륙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07편이 이륙 43분 만인 오후 9시 34분에 김해공항으로 회항했다. 이 비행기에는 승객 184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이날 비행기에 탑승해 있었던 한 승객은 “비행기 안은 40분 동안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뒤에서 흐느껴 우는 사람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7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당초 해당 항공기는 25일 오후 7시 30분 김포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이륙 직전 항법 고도 유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정비를 하느라 출발이 1시간 13분 지연됐다. 항공기는 뒤늦게 이륙하긴 했지만 이륙 직후인 8시 59분에 자동조종장치에서 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제주항공 측은 “자동조종장치에 문제가 생겨 기장이 직접 수동으로 비행할 수 있었지만 야간비행 등 안전을 우선 고려해 회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비상 착륙 가능성이 있는 경우의 일반적인 매뉴얼에 따라 승객들에게 뾰족한 물건 치우기, 하이힐 벗기, 벨트 상태 등 비상착륙에 대한 안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비행 중 이상을 일으킨 것은 항공기 자동조종을 돕는 장치로 고도, 속도 등을 설정해 항공기에 명령을 내리는 MCP(모드 컨트롤 패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항공기가 약 400피트(약 122m) 지점을 비행 중임에도 MCP상에는 수만 피트로 표시되는 등 수동으로 비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제주항공의 이번 회항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비·안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항을 결정한 것은 안이한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발견된 비행기를 서둘러 운항하려 하기보다 대체 항공편을 띄우든지 좀 더 면밀한 정비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며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이륙 전 정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제주항공#기체 이상#김해공항 회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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