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전국체전 '인권 상황 모니터링 결과'
"지도자들이 심한 욕설, 고성, 폭언, 인격모욕"
선수에게 "나가 뒤져라"…女선수 신체접촉도
종목 단체 임원 수발에 여성 선수 동원키도
올 해 100회 대회를 치른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경기중 빈번한 폭언과 성희롱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평가가 나왔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28일 전국체전 14개 주요 종목의 언어 폭력·신체폭력·성폭력·기타 인권침해 여부 등 인권 상황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 “경기장 내외부, 경기 내용, 선수 인터뷰 등을 통해 점검한 결과 과열 경쟁과 권위주의적 문화로 인한 인권침해 상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경기력이나 결과가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심한 욕설과 고성, 폭언, 인격모욕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한 구기 종목 감독은 여자고교 선수들을 툭툭 밀치는가 하면, “이 XX야”, ‘“그 따위로 할거야”, “미쳤어?”, “나가”, “장난해” 등 쉴새 없이 폭언을 퍼부었다.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이 “저게 감독이냐”, “욕하지 마라”고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성희롱 발언 등 성추행으로 의심되는 행동도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한 종목 심판이 경기장 안내 여성 직원을 겨냥해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내뱉았다. 남자 코치가 여자 선수의 목덜미를 주무르고 만지는 장면도 포착됐고 관중들이 여성 선수를 향해 성희롱 발언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과도한 의전문화 때문에 선수들의 인권이 침해되기도 했다. 한 종목단체 임원의 다과 수발을 위해 여성 선수나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됐고, 고위직의 ’일장 연설‘을 듣기 위해 선수들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인권위는 “주최측과 종목단체, 지방자치단체는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하고 인권침해와 권위주의적 문화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했다.
특히 “높은 단상에 앉아 어린 여성들의 차 심부름을 당연한 듯이 받고 있는 구시대적 문화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며 “신체접촉은 격려나 응원의 의미로 받아진다 하더라도 ’이를 빙자한 성폭력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최소화해야한다‘는 스포츠분야 성폭력 예방을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규모 경기대회를 주관하는 주최측에서 선수 인권 보호를 위해 관중에 의한 혐오나 비하, 성희롱적 발언을 예방하기 위한 발언을 강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인권위 조사관과 인권 전문가 20여명이 참여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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