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려면 유연근무제와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고 아동수당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진단이 나왔다. 인구 구조 변화에 발맞춰 고용과 복지정책을 탄력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국가 성장 동력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담겼다.
스테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은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국제 인구 컨퍼런스’에서 “향후 20년간 한국의 15~74세 노동인구는 약 250만 명 감소할 것”이라며 한국의 아동·가족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보건복지부와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OECD와 공동 주최했다.
OECD는 한국 통계청의 자료에 근거해 지난해 0.98명에 그친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 수)을 크게 우려했다. 스카페타 국장은 저출산의 이유로 긴 근로시간과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근로환경을 꼽으며 “한국은 자녀와 부부로 구성된 가족이 2045년 16%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2017년 31.4%의 절반 수준이다.
OECD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근로자가 정규직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근로시간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등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고 형태도 다양화하라고 제안했다. 지난해 국내 남성 육아휴직률이 1.4%에 그치는 등 여성에게 치중된 육아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얘기다. 크리스 클라크 OECD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며 “이 같은 직장 내 차별을 줄여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높은 양육비도 문제로 지적됐다. OECD는 현재 만 7세 미만까지 받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높이고 출산과 양육 관련 세제 혜택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스카페타 국장은 “자녀 교육 및 주택 구입 비용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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