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보금자리가 된 광주 영구임대아파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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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화된 공실 영구임대아파트, 청년들 입주시켜 주거문제 해결
동네에 활력 불어넣어 일석이조… 광주시 “입주자격 대폭 완화”

광주시가 8일 광산구 우산동 우산빛여울채아파트에서 청년 10명에게 공실을 임대해주는 행사를 갖고 있다. 시는 올해 영구임대아파트 공실 40채에 청년들을 입주시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 광주시 제공
광주시가 8일 광산구 우산동 우산빛여울채아파트에서 청년 10명에게 공실을 임대해주는 행사를 갖고 있다. 시는 올해 영구임대아파트 공실 40채에 청년들을 입주시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 광주시 제공
광주 광산구 우산동 우산빛여울채아파트는 1992년 광주도시공사가 지었다. 옛 명칭은 하남시영아파트 2단지다. 1500채 중 1051채는 전용면적이 24m²(약 7평)에 불과하고 시설도 노후화됐다.

이 아파트에는 장애인 580명과 65세 이상 노인 551명이 살고 있는데 상당수가 1인 가구다. 주거급여 지원을 받는 취약계층이 절반을 넘는다. 저소득 취약계층과 노인, 장애인 밀집 주거지역이라는 일부의 따가운 시선에 입주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빈집이 157채로 광주지역 영구임대아파트들 중 공실비율이 높은 편이다.

최근 들어 이 아파트 빈집에 청년 12명이 입주했다. 광주시와 지역사회는 함께 공실을 리모델링하고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을 설치해 청년들이 편하게 생활하도록 했다. 기획회사를 운영하는 청년 김태진 씨(36)는 올 7월부터 우산빛여울채아파트에 살고 있다. 김 씨는 “빈 아파트에 입주해 저렴하게 살고 있다. 청년들이 들어와 생활하면서 아파트 단지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월평균 10만∼15만 원의 임차료와 관리비를 낸다. 청년들은 복지관에서 아이들에게 태권도 강의를 하거나 전자제품을 수리하고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등의 봉사활동을 한다. 김 씨는 “청년들과 입주민들 사이에 교류, 소통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며 “비어있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더 많은 청년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영구임대아파트 14개 단지 1만5370채의 상황은 우산빛여울채아파트와 비슷하다. 영구임대아파트 가운데 10개 단지 1만3920채는 지은 지 26년이 넘었다. 주민들 가운데 주거급여 대상자는 66%, 고령자·장애인 1인 가구는 62%에 육박한다.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주거환경 악화와 도심 슬럼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공실은 624채에 달한다. 반면 광주지역 청년 1인 가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청년들은 월평균 28만4000원의 주거비 부담에 취업난까지 가중돼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광주시는 연말까지 노후화된 공실 영구임대아파트 40채에 청년들을 입주시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는 영구임대아파트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사업을 통해 낙후된 영구임대아파트를 활성화시키고 청년들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광주시는 사업 추진을 위해 노후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자격을 대폭 완화해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내년에는 영구임대아파트의 빈 사무실에 청년과 주민들이 소통하는 공간인 공감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녹지공간과 주민쉼터를 조성하는 등 편안한 여건을 만들 방침이다. 이상배 광주시 도시재생국장은 “영구임대아파트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청년창업이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경제 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영구임대아파트#우산빛여울채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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