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하고 외래를 보고, 항공 출동을 세 차례나 했다. 그중 두 번은 야간 출동이었다.’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은 자전적인 기록인 ‘골든아워’에서 그날을 ‘지옥’이었다고 회고(돌이켜 생각함)했다. 일이 고돼서가 전혀 아니었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막 날아오른 닥터헬기 안에서 받아든 ‘지금 민원이 빗발치고 있으니 소음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메시지였다. 18일 열린 ‘닥터헬기 소리는 생명입니다’(소생) 캠페인 행사에서 닥터헬기 4대가 서울시청과 덕수궁 하늘을 날아올랐다. 원래 청와대 주변 상공은 민간 항공기가 비행할 수 없으나 ‘닥터헬기 소리는 이웃을 살리는 생명의 소리’라는 취지에 청와대 등이 공감해 성사된 일이다.
‘Sorry Sorry 소리/내가 빨리 날아올라 구해줄게/소음공해 용서해줘.’ 동아일보의 소생 캠페인은 5월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를 개사한 노래 ‘소리(Sorry) 소리’와 함께 닥터헬기의 현실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채널A ‘나는 몸신이다’에 출연했던 이 교수가 “소음 민원이 많아 닥터헬기 이착륙이 어렵다. 사람 살리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동아일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에게 호소(어떤 일에 참여하도록 마음이나 감정 등을 불러일으킴)한 것이 계기였다. 이 홍보 동영상은 101만 뷰를 기록하며 닥터헬기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했다. 생명을 살리는 소음을 감수하자는 뜻으로 풍선을 터뜨리는 동영상을 올리는 캠페인에 1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닥터헬기는 의료진이 탑승한 날아다니는 응급실이다. 2011년 처음 도입돼 권역별로 총 7대가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그동안 약 9100번을 날아올라 8500명의 생명을 구했다. 영국은 닥터헬기가 활성화된 나라다. 유튜브에서 심근경색이 온 남자를 이송하기 위해 풋볼 경기장에 닥터헬기가 출동한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봤다. 경기장에 닥터헬기가 착륙하는 순간, 관중석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찬다. 닥터헬기를 다룬 영국 BBC 다큐멘터리는 “힘들지만 보람된 일”이라는 구조대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단 몇 분의 소음에 민원을 제기하는 건 그 힘든 일을 감내(어려움을 참고 버티어 이겨냄)할 보람마저 빼앗는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업을 감당하는 이들이 마치 죄인처럼 일해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 10월 19일자 우경임 논설위원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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