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아, 장애를 가진 것은 네가 아니야. 장애를 가진 것은 너를 그렇게 바라보는 세상인데, 네가 기죽을 필요 없지.”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부문 이사(46)는 13살 딸 지민이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지민이는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고 있다. 홍 이사는 “종이로 살을 베이는 느낌을 아느냐”고 되물으며 비장애인이 무심결에 장애를 대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지민이와 지하철을 타면요, 굳이 하시지 않아도 될 말씀을 하는 분이 꼭 있으세요. ‘얼굴은 참 예쁜데 애가 어쩌다가 다리를 다쳐서…’라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말씀하시죠. 그때 저의 기분이요? 마치 종이로 살을 베이는 아픔을 느낍니다.”
지난 2017년 기준 전국 장애인 수는 267만명. 국민 1만명 가운데 539명이 장애인이다. ‘장애’보다 이들을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편견과 시선’이다. 장애를 비장애인과 구분 짓는 태도 역시 상처로 남는다.
지적장애 2급 황지환씨(21)도 상처 받은 경험이 있다. 그는 과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교육 과정을 마친 뒤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업체에 취업했다. 훈련센터에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사회의 편견은 만만치 않았다.
황씨는 “자리를 비울 때면 일반 직원과 항상 동행해 움직여야 했다.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며 “동행 과정에서 동료들과 부딪혔고 관리자들의 지적은 나에게로 향했다”고 털어놨다. 의기소침해진 그는 결국 사표를 제출하고 공백기를 갖다가 의류 패션업체 ‘스파오’ 판매직원으로 입사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개최된 ‘제10회 아이소리앙상블 정기연주회’(파라다이스 제공) 뉴스1 청각장애아동 합창단 ‘아이소리앙상블’ 단원 정한기군(14)은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착용해야 앞이 잘 보이듯, 우리도 보청기나 인공와우(달팽이관)를 끼면 충분히 잘 들을 수 있다”며 “장애가 있다고 무언가 못할 거라고만 생각하는 건 편견”이라고 꼬집었다.
아이소리앙상블은 파라다이스 복지재단이 지난 2009년 창단해 지원하는 청각장애아동 합창단으로 7~16세 단원 20명으로 구성됐다. 단원들은 청력보조기 인공 와우나 보청기를 귀에 꽂고 연주회를 열어 ‘바람의 빛깔’ ‘마법의 성’ ‘내가 바라는 세상’ 등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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